[유승찬의 SNS 민심]혜리의 일침 “알바생이 甲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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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알바생이 갑이다!”

2월 초에 공개된 구직사이트 알바몬의 최저시급 광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단연 화제였다. ‘걸스데이’ 혜리를 모델로 한 이 광고는 최저시급이 5580원이라는 사실을 알린 뒤 1.5배인 야근수당을 제대로 안 주고 인격모독을 일삼는 사장을 비판한다.

“알바를 무시하는 사장님께는 앞치마를 풀어 똘똘 뭉쳐 힘껏 던지고 때려치우세요. 새 알바를 찾아 시급도 잊지 말고 챙겨 나가세요.”

2월 2일 유튜브에 업로드된 이 광고 영상에 대한 ‘좋아요’ 숫자만 220만2180건에 이른다. “요즘 청소년들은 전태일의 근로기준법은 몰라도 혜리의 최저시급 5580원은 압니다”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누리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광고의 사진과 함께 “최저시급 받으면서 일은 최대로 해야 하나요?”라고 물은 @oneh******님의 트윗은 무려 3539회나 리트윗됐다.

물론 이 광고 때문에 최저임금이 이슈가 됐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오히려 최저임금 이슈가 예년에 비해 뜨겁게 떠오르자 이 광고를 제작했고 그것이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3월 18일까지 트위터, 블로그, 뉴스에서 ‘최저임금 또는 최저시급’을 언급한 문서는 13만2864건 검색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만3096건에 비해 세 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이것은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단지 노동계의 요구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 청년층, 업계 할 것 없이 ‘와글와글’ 터져 나온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또는 최저시급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3만3425건의 알바가 차지했다. 앞서 언급한 알바몬의 광고와 알바생들의 최저시급 문제가 많이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2위는 1만8372건의 인상. 이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폭을 둘러싼 논쟁을 반영한다. 최저임금은 노사 대표와 공익위원이 참가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6월 말까지 결정해 통보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5일까지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노사정 입장은 확연히 나뉜다. 민주노총은 2.5명의 한 달 최저 필요비용 기준인 208만 원을 역산한 시급 1만 원을 요구하고 있고 경총은 현행 5580원 동결을 주장한다. 새누리당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고 새정치연합은 노동자 ‘정액급여’ 평균의 50%로 법제화한 뒤 차츰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인상하자는 입장인데 대략 6360원 수준에서 시작하자는 것이다. 전체 연관어 3위는 1만3758건의 광고가 차지해 최저시급 관련 광고의 파장이 상당했음을 보여주었고 1만1313건의 사장이 4위에 올랐다. 최저임금도 최저임금이지만 최저임금마저 지키지 않는 사장이 많다는 이야기가 회자됐다. ‘리빙포인트봇’이라는 트윗 계정은 “쥐꼬리만 한 최저시급도 못 주겠다고 생떼 부리는 업주들은 빨리 망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자영업자들에겐 매우 냉정한 트윗을 올려 1000회 이상 퍼져나갔다.

5위는 최저임금에 관한 한 올해 최고 영웅으로 떠오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차지했다(9968건). 오바마 대통령은 1월 20일(미국 시간) 신년 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 10.10달러(텐텐법안)를 언급하면서 “당신들이 그렇게 해보세요(go try it)”라는 명언을 남겼다.

“1년 내내 일해서 버는 1만5000달러보다 적은 돈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믿는가. 당신들이 그렇게 해보세요.”

돈(9799건), 야간(9044건), 경제(6259건), 소득(6069건), 노동자(4703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노동자들의 소득이 경제활성화와 연결되는 지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일고 있는 포용적 성장론, 즉 노동자의 소득을 올려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자는 주장이 일정 부분 반영된다는 뜻이다.

최근 세계 최대 유통체인인 월마트가 파격적인 최저시급 인상안을 발표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월마트는 다음 달부터 매장 직원의 시간당 임금을 9달러로 올리고, 내년 2월까지 10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법정 최저임금은 7.25달러다. 월마트가 공화당의 반대로 꽁꽁 묶인 오바마 대통령의 ‘텐텐법안’에 숨통을 틔워준 셈이다. 월마트의 이번 조치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 50만 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 지난해 스타벅스에 이어 월마트의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려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최저임금 문제가 기업과 근로자의 적대적 어젠다가 아니라 소득불평등의 극단에 선 위기의 자본주의 경제를 살리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어젠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도 가능할까.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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