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 내분 부른 정피아에 금융개혁 맡겨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00시 00분


코멘트
한국금융연구원의 신임 원장에 박근혜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인 신성환 홍익대 교수가 4일 내정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금융회사 22곳이 출자한 민간 기관이지만 공공연하게 정부의 낙하산이 내려갔다. 신 교수는 2012년 박근혜 후보 측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최근 물의를 일으켜 일괄 사퇴하기로 한 KB금융 사외이사 출신이다.

5일에는 KB캐피탈 사장에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회장을 지낸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선임됐다. 지난해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KB 내분의 핵심 당사자인 그는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물러난 뒤 불과 3개월 만에 계열사 사장으로 당당하게 복귀했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정면충돌한 KB 내분 사태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관피아(관료+마피아) 간에 알력이 생긴 게 발단이 됐다. 이 일로 KB의 지주회사 회장, 은행장, 사외이사, 감사,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정치권에 줄을 댄 정피아(정치권+마피아)들이 득세하면서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태 이후에 내부 승진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지주 사장을 부활하려다가 정치권의 인사 청탁이 잇따르자 중단했다. KB 안팎에서는 전직 여당 국회의원, 영남 출신 전직 KB 임원 등이 사장 자리를 노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3개월째 후임을 정하지 못한 국민은행 상임감사 자리를 놓고서도 이런저런 외압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친박연대 대변인으로 금융회사 경험이 전무(全無)한 정수경 변호사가 우리은행 감사로,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인 이수룡 전 신창건설 부사장이 기업은행 감사로 각각 내려갔다.

정피아는 관피아보다 악성이다. 관료 출신들은 관련 경험을 내세우기라도 하지만 정피아들은 그런 것과도 거리가 멀다. 국내 금융회사들에는 최근 몇 년 동안 고객정보 유출, 대출 비리와 내부 횡령 등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4일 국내 금융 산업이 크게 뒤처진 것에 대해 “뭔가 고장이 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말 고장 난 것은 정치권과 정부가 금융 산업을 보는 시각이다. 정치권이 금융회사들을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여긴다면 금융 개혁은커녕 제2, 제3의 KB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KB캐피탈#박지우#정피아#한국금융연구원#신성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