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박근혜 정부에 바란다]<상>이제 국민이 알고 싶은 얘기를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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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완구 국무총리에 이어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임명되면서 박근혜 정부 후반부를 이끌 새 진용이 갖춰졌다. 새 총리와 비서실장에게 거는 기대가 높으나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다. 대통령 지지율은 30%를 유지하기도 힘에 부치고 레임덕 얘기도 솔솔 나온다. 위기의 근원은 늘 대통령의 소통 부족에 있었다. 신임 총리와 비서실장 모두 당정청에 넓은 인맥을 갖고 있어 전임자들보다 소통을 더 잘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렇지만 문제는 대통령과의 소통이다. 총리와 비서실장은 국민과 야당의 소리를 대통령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두 사람이 우선 고민해야 할 것은 대통령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이다. 대통령의 복심을 읽기보다는 국민의 마음을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함께 의논하고 소통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대통령도 올해가 경제 살리기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렇지만 소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서는 경제 살리기도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야당과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소통의 형식 대상 내용에서 전면적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의 불통을 지적할 때마다 청와대는 늘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대통령이 사실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소통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국민에게 대통령의 웬만한 소통은 성에 차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민은 대통령의 귀가 닫혀 있다고 답답해한다. 의도적으로라도 대통령이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을 더 많이 노출시켜야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듣고 싶은 얘기만 듣는 것은 결코 소통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상대방이 알고 싶은 얘기를 해줘야 한다. 지금보다 훨씬 자주 기자회견을 열어 질문에 상세히 답해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대로 된 소통이다. 소통의 목적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찾아가는 데 있다. 대통령이 인터넷 공간에서 청년세대의 불만과 주장을 듣고 진보단체와 만나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것이 소통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상승했다. ‘발목 잡는 야당’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당과 대화하고 상생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주요인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주목할 만하다. 투쟁과 대립에 신물 난 국민은 소통하는 정치를 보고 싶어 한다. 소통을 통해 내가 가진 생각과 원칙을 바꾸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민은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소통 부족의 책임을 온전히 대통령에게만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대방도 일정 부분 책임을 느껴야 한다. 비판의 소리만 높이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불통이라 폄훼하는 것 또한 소통이 아니다.

대통령의 소통뿐 아니라 국회 정당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의 소통을 반성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회는 얼마나 국민과 소통하는가, 여야는 소통이 되는가, 정당은 유권자와, 당내 계파 간에는, 그리고 진보와 보수는 서로 소통하는가. 어느 한 곳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지 못할 것이다. 어느 누구도 남의 불통을 탓할 처지가 못 된다. 어떻게 소통할지 우리 모두 반성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소통 없이는 정치도, 경제도 제대로 굴러갈 수 없고 그렇다면 불어 터진 국수조차 먹지 못할 것이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병기#후반부#소통#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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