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리 온상 韓電’ 감독 못한 산업부도 책임 무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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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의 전자입찰 시스템을 조작해 10년간 2700여억 원의 공사를 불법 낙찰한 한전KDN의 협력업체 직원 등 6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한전의 전산시스템에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입찰 정보를 알아내고 시스템을 조작해 특정 업체가 전기공사를 낙찰받도록 한 뒤 계약금액의 1∼10%를 수수료로 챙겼다.

구속된 직원들의 집에서는 5만 원권 현금 4억여 원과 금붙이 등이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한다. 확인된 수수료 액수만 134억 원에 이른다. 이들은 한전KDN 파견 근무가 끝나면 후임자를 물색해 수법을 알려주는 식으로 작년 말까지 10년간 대를 물려가며 비리를 저질렀다. 검찰은 전국에 걸쳐 83개 전기공사업체가 불법 낙찰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전은 한전KDN에 위탁한 전자입찰을 감독하기는커녕 직원 5명이 모두 3억 원을 받고 업체의 편의를 봐준 것으로 드러나 지난달 먼저 구속됐다. 한 나라의 전기 공급을 도맡고 있는 한전과 한전KDN의 전산시스템이 쉽게 조작될 만큼 허술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전 직원들은 회사 사무실과 복도에서 버젓이 뇌물을 받았다. 한전과 한전KDN에서는 이달 초에도 상임감사를 포함한 임직원들이 전기통신장비 납품업체 대표에게 수입 자동차와 골프 레슨비 등 5억 원 가까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15명이 구속됐다. 수십 년간 얽히고설킨 관계를 유지해 온 한전과 자회사들에 손을 한 번 대니 비리가 고구마 줄기처럼 끝없이 드러나고 있다.

한전은 전자입찰 시스템을 재개발하고 주요 데이터를 암호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정도로 수십 년간 쌓인 적폐를 없앨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전 직원 2만여 명과 10여 개 자회사를 모두 조사해서라도 공룡 공기업의 부정부패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작년에는 한빛원전 간부가 용역업체 직원에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줘 설계 도면이 통째로 유출되는 등 원전 관리의 허술함과 비리가 드러났다. 한전에 대한 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도 감독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한국전력공사#전자입찰#불법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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