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조산업 원양어선 침몰, 또 한국형 안전사고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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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1명 등 60명의 선원이 탄 사조산업 소속 원양어선 501오룡호가 그제 러시아 서(西)베링 해에서 침몰했다. 현지 날씨가 나쁘고 수온도 극히 낮아 상당수의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는 러시아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실종된 한국인 및 외국인 선원들을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잡은 명태를 선박 안에 넣는 작업을 하던 중 기상 악화로 많은 바닷물이 어획물 처리실에 갑자기 들어왔지만 배수구를 어획물이 막아 배가 기울어지면서 일어났다. 선사(船社)인 사조산업은 선박의 침몰 원인을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에 돌렸다. 그러나 기상 악화 탓으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사고가 난 서베링 해는 원양업계에서 나쁜 날씨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회사의 무리한 조업 강행이나 선박 노후화에 따른 고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3만 t이었던 어획 목표량을 4만 t으로 1만 t 늘리면서 배가 인근 항구로 대피하지 않고 조업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배가 기울기 시작해 침몰할 때까지 약 4시간의 여유가 있었는데도 퇴선 명령이 왜 늦어졌는지도 의문이다. 회사 측은 “퇴선 시점은 현장 사정을 잘 아는 선장이 결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실종 선원 가족들은 “본사에서 퇴선 명령을 제때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501오룡호는 36년 전인 1978년 스페인에서 건조돼 2010년 사조산업이 인수해 러시아와 합작 운영하다가 올해 2월 한국 국적 배가 됐다. 세월호보다 16년이나 오래된 노후 선박이다. 올해 2월 한국선급이 안전검사를 실시했지만 한국선급이 세월호 부실 검사로 물의를 빚은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덥지 않다. 침몰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은 문책해야 원양어업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사조사업#원양어선#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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