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영 홈쇼핑 만들 게 아니라 ‘갑질 홈쇼핑’부터 없애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정부가 일곱 번째 TV홈쇼핑을 공영으로 만들기로 하고 어제 공청회를 열었다.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만 판매하는 TV홈쇼핑을 새로 만들되 컨소시엄 형태의 비영리법인이나 공공기관만 참여하는 영리법인이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이나 우체국택배같이 정부가 운영하는 기업들을 민영화하려는 판에 공공기관이 TV홈쇼핑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새 TV홈쇼핑을 만드는 이유로 중소기업 전용으로 만들어진 ‘홈앤쇼핑’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점을 들었다. 홈앤쇼핑은 “중소기업 지원에 올인하겠다”며 2011년 중소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해 농협중앙회 중소기업유통센터를 주요 주주로 삼아 출범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제품 편성 비중이 높고 중소기업에 대한 수수료가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가 홈앤쇼핑에서 중소기업을 상대로 ‘갑(甲)질’하는 것을 철저히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을 만들겠다는 것은 지나친 ‘오버’다. 중소기업과 농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마피아)가 퇴임 후 갈 자리만 늘리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당초 중기 전용으로 만들어진 우리홈쇼핑은 제 역할을 못하고 롯데홈쇼핑으로 바뀐 상태다. 농수산물 전용으로 만들어진 NS홈쇼핑도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특수 용도로 설립된 홈앤쇼핑과 NS홈쇼핑부터 재승인 조건을 엄격히 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는 게 먼저여야 한다.

홈쇼핑 회사들의 갑질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GS, 롯데, CJ, 현대, NS홈쇼핑, 홈앤쇼핑 등 국내 6개 TV홈쇼핑 업체 중 올해 4월 롯데홈쇼핑의 임직원들이 리베이트를 받아 줄줄이 구속됐다. 업체들이 자정(自淨) 운동을 벌였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6개 업체 모두 불공정거래의 종합세트’라는 발표까지 나올 만큼 비리가 만연해 있다. 평균 30%가 넘는 판매수수료에다 카드수수료 고객사은품 쇼호스트 비용까지 떠넘겼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홈쇼핑을 공영으로 하겠다지만 공공기관이야말로 국민에게는 ‘갑 중의 갑’이다.

TV홈쇼핑은 지난해 전체 매출 규모가 4조6000억 원으로 4년 만에 두 배가 되는 등 ‘황금 알을 낳는 거위’다. 김대중 정부 때 우리홈쇼핑, 이명박 정부 때 홈앤쇼핑을 승인하는 등 정권마다 TV홈쇼핑을 하나씩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에선 사실상 관영 TV홈쇼핑을 만드는 셈인데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정부는 시장이라는 경기장의 규칙을 정하고 심판을 봐야지 직접 선수로 뛰려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
#홈쇼핑#갑질#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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