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은 위기說’ 속 北의 연천 총격 도발, 확실히 응징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북한이 어제 경기 연천군 일대 우리 영토에 총탄을 발사하는 무력도발을 자행했다. 탈북자 단체의 대북(對北) 전단(삐라) 살포를 겨냥한 것이지만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을 떠올리게 하는 정전협정 위반이다. 어제 도발은 북한이 ‘따뜻한 인사’를 전하고도 당장 돌아서서 남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집단임을 다시 일깨웠다. 한반도 안보상황이 자칫하면 대규모 무력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북이 발사한 14.5mm 고사총탄 5, 6발은 민통선 인근 아군 주둔지와 연천군 중면 면사무소에 떨어졌다. 탈북자 단체들이 전단을 날린 태풍전망대와 군사분계선은 800m, 북한 초소는 1600m 떨어져 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이번에도 연평도 포격 도발 때처럼 민군(民軍)을 가리지 않고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우리 군은 경고 방송 뒤 K-6 기관총 40발을 북한군 초소 일대로 응사했다. 북한이 다시 수발의 소화기 총탄을 발사하자 우리 군도 개인화기인 K-2 사격으로 대응했다. 우리 측이 북한의 사격에 비슷한 수준의 무기로 응사하기는 했지만 도발에 대한 응징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 연평도 포격 직후 취임한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의 ‘복수’ 차원에서 완전히 굴복할 때까지 응징하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어제 수준의 대응으로 북한이 우리 측을 시험하거나 도발하려는 의지를 접을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이번 도발은 사흘 전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 함정과 ‘함포 교전’을 벌인 직후에 발생한 것이어서 심상치 않다. 북한은 4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김양건 비서를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 참관을 이유로 남한에 보내는 깜짝 쇼를 했다. 연이은 도발은 북한 실세 3인방의 남한 방문이 화해와 대화 추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입증시킨 것이다.

이들과 오찬을 하기 전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북측이 삐라 살포 문제를 제기할 경우 우리 법체계를 (북측에) 잘 이해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제 북한이 남측에서 전단 살포를 허용할 경우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거라고 위협한 것은 ‘남쪽에서 날아온 진실’에 위협을 느낄 만큼 북의 체제가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북한 김정은은 37일째 공석에 나타나지 않는 잠행 상태다. 노동당 창건 69주년인 어제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의 유해가 안치돼 있는 금수산 참배 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다리에 발생한 이상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북한 같은 1인 독재체제에서 지도자의 장기 유고(有故)는 그 자체로 심각한 불안이자 위기 요인이다. 북한이 내부 혼란을 감추기 위해 남한과의 충돌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제3, 제4의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군이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은 북한의 경거망동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철저하게 응징했더라면 이번처럼 육지로까지 도발 무대를 확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적화통일 야욕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실세들의 남한 방문을 확대 해석해 5·24제재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말하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철통같은 군의 안보 태세는 물론이고 대북 대응을 놓고 소모적인 남남(南南)갈등을 벌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연천 총격 도발#무력도발#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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