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꼼수로 허용한 야간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1일 03시 00분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0조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이후에는 옥외 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성문법 국가다. 성문법 국가는 일반인이면 누구나 굳이 변호사에게 물어보지 않고도 무엇이 금지되고 무엇이 허용되는지 알 수 있는 국가를 말한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야간 옥외 집회는 전면 허용되고 야간 시위도 밤 12시까지는 허용된다.

대법원은 어제 야간 시위로 항소심에서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은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사무국장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앞서 올해 3월 헌법재판소는 야간 시위를 전면 금지한 집시법 10조가 지나친 제한이어서 위헌이며, 해가 진 뒤에도 자정까지는 야간 시위를 허용해야 한다고 ‘한정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에 대법원은 이 ‘한정 위헌’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일부 위헌’으로 멋대로 해석해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낸 것이다. 한정 위헌이든 일부 위헌이든 결론은 같다. 자정까지 야간 시위를 해도 괜찮다는 의미다.

집시법 10조는 초등학생이 읽어도 명백하게 일몰에서 일출까지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 국회가 ‘몇 시 이후부터는 시위를 해선 안 된다’고 법을 바꾸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와 대법원은 한정 위헌이니 일부 위헌이니 ‘꼼수’를 부리며 ‘자정 이후 야간 시위 금지’로 읽도록 요구하고 있다. 우리 법의 대원칙인 성문법 주의에 위배된다.

이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헌재는 2009년 같은 조항의 옥외 집회 금지 부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0년 6월 30일까지 입법 개선을 명령했다. 그러나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하지 않는 바람에 옥외 집회 금지 규정 자체가 그해 7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는 그런 전례를 고려해 야간 시위 부분에 대해서는 한정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와 대법원이 사실상 야간 시위를 허용한 것은 국회가 제 할 일을 똑바로 못해서다. 이 때문에 강성 시민단체와 단골 시위꾼들이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밤늦게까지 난장판으로 시위를 벌이는데도 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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