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대전화 보조금 올려 단말기값-요금에 또 전가시킬 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0일 03시 00분


방송통신위원회가 현재 27만 원인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최고액을 35만 원으로 올리고 6개월 만에 한 번씩 조정하기로 어제 결정했다. 2010년에 정해진 27만 원이라는 액수는 고가 스마트폰이 많은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보조금을 올리고 액수를 공시한다고 혼탁한 단말기 시장이 바로잡힐지 의문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강도 높은 보조금 단속을 실시해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 대해 과징금과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통신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100만 원짜리 휴대전화에 120만 원의 보조금을 붙이는 등 과열 경쟁을 벌였다. 통신 3사의 순이익이 연간 2조5000억 원이나 되니 돈이 남아도는 모양이지만 그렇다면 통신사끼리 요금 인하 경쟁을 벌이는 게 맞다. 올해도 3월부터 45일씩 돌아가며 영업정지를 했지만 불법 보조금 경쟁은 더 심해졌다. 단말기 보조금으로 당장은 휴대전화를 싸게 사서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통신비에 전가된다. 매장마다 값이 천차만별인 데다 편법이 많아 아는 사람만 이익을 챙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눈뜬 장님’처럼 비싼 값에 2년 약정의 ‘노예 계약’을 맺는다.

한국의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휴대전화의 25%를 만드는 제조 강국이지만 단말기 가격은 평균 415달러(약 46만 원·2012년)로 세계 평균(166달러)의 2.5배다. 통신비 역시 가계 월평균 148.39달러(약 16만 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 일본 다음으로 높다. 이명박 전임 정부는 ‘가계 통신비 20%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기본요금 1000원 할인으로 끝났다. 정부가 섣불리 개입할수록 시장은 더 어지러워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단말기 보조금 규제와 요금인가 제도를 없애라”고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 상한액을 정해도 지키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상한액 규제를 풀고, 요금인가 제도도 없애 자유 경쟁을 시키는 게 낫다. 통신사들은 단말기 보조금을 더 많이 주거나, 요금을 내리거나 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잡기 위해 경쟁할 것이다. 정부 규제는 제조사와 통신사들의 담합을 유지시키는 울타리 역할만 하고 있다.
#휴대전화 단말기#보조금#35만 원#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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