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한 앞둔 시진핑, 김정은의 핵 포기 관철할 의지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이틀 앞으로 다가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역학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외교 행사다.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이후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찾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에 보내는 경고이자,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중국이 한국을 중시한다는 것을 알리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북한은 그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시 주석의 방한을 의식한 무력시위로 해석된다. 어제는 노동신문을 통해 북핵 포기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개꿈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특별 제안’에서 “외세에 추종해 우리의 핵 억제력을 걸고 들고 우리의 (경제-핵) 병진노선을 헐뜯는 것과 같은 백해무익한 처사에 매달리지 말라”며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한국과 중국에 거듭 강조했다.

5번째 정상회담을 갖게 될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은 북핵 포기를 이끌어낼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고, 북한에 다른 길이 없음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시 주석이 김정은과 만나 담판을 짓는 과감한 이니셔티브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시 주석이 말로는 북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면서도 과거 한중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고집한 것은 김정은의 핵 야욕을 저지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중국이 ‘북의 비핵화’를 명시하는 데 반대한다면 이는 중국의 대북 압박 수위를 끌어올려 북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구상과는 맞지 않는다. 이번 회담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한중 관계를 기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서 한 단계 격상한다 해도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중국이 한국과의 협력 확대를 추구하는 것도 미국과 일본에 대한 견제용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지는 대신 미국과 멀어진다면 큰 실수가 될 수 있다”고 한국의 친중(親中) 정책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전했다. 미국이나 일본이 한중 관계 진전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적극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후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한국과 중국 방문을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탓이다.

동북아 각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자국의 당면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2023년까지 집권이 예정된 시 주석의 시간 개념은 우리와 다를지 모른다. 이번 방한에서 한국과 중국이 긴밀히 협의해 통일한국의 미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발전적 관계로 격상하기 바란다.
#시진핑#북한#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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