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현우]투표합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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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선거 與도 野도 찍기 싫다’ 유권자 30%가 투표 무관심
정치는 표출된 목소리만 반영… 기권도 하나의 의사표시지만 승자의 정치에 아무 영향 못줘
투표는 않고 정치 비난해봤자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매번 지방선거 때마다 언급되는 것이지만 워낙 여러 단위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다 보니 유권자 입장에서는 어떤 후보가 어느 단위의 선거에 출마한 것인지 챙기는 것도 녹록지 않은 일이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위축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유권자들의 정서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선거를 조망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챙겨보자.

우선 지방선거는 어떤 의미인지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의 의미를 묻는 한 설문조사에서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여당과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을 찍어야 한다’는 주장 중 어떤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가 30% 정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추컨대 지방선거가 중앙선거에 전적으로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지방선거는 지방정치의 자율성을 의식한 유권자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와 단절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전적으로 중앙정치에 따라 좌우된다면 권력분산을 이루기 어려워진다.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가 정치 발전의 방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지방선거는 지역 이슈와 인물 중심의 선거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로 세월호가 이번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다. 언론에서는 세월호 사건이 여당보다는 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이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정부 여당의 무능한 대처에 분노하는 유권자들이 선거에서 반드시 야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 지지도의 변화에서 대통령이나 여당의 지지도가 낮아진 만큼 비례적으로 야당 지지도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도 알 수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지지를 철회한 유권자들은 부동층이 된 이후 선거를 앞두고 다시 원래 지지했던 정당 지지로 돌아서든지 혹은 부동층으로 그대로 남아 기권하는 경우가 야당 지지로 변경하는 비율보다 높다고 한다.

이러한 지지 변화 추세를 감안한다면 이번 선거에서 여당에 실망한 부동층에 야당이 호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은 맞지만 확실한 설득적 유인 조건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여당 이탈층의 다수가 야당 선택으로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로 투표율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과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 둘 다 있다.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상당한 무력감에 빠져 있고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지하고 싶은 정당이나 후보가 없기 때문에 투표의욕이 사라지고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반면에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 보는 주장은 유권자들이 정치권의 무능한 대처에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분노한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 정치권을 처벌하려는 욕구에서 투표장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질 것을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잠재적인 여당 지지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결집하는 현상까지 감안한다면 투표율의 상승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두 가지 상반된 견해가 모두 그럴듯해 보이지만, 경험적인 분석은 분노한 유권자들이 후보나 정당을 처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근본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투표를 하는 긍정적 유인조건이 작동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기권도 하나의 정치적 표현이라는 점에서 투표 못지않게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분명히 기권이 주는 정치적 메시지는 있지만 정치는 표출된 목소리만을 반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권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투표만큼 클 수는 없다. 선거에서 패자의 득표율은 승자에게 다른 정치적 견해가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향후 승자의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기권은 유권자가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누가 되어도 상관없다는 수동적 태도를 보여줄 뿐 승자의 정책 결정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사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투표율이 얼마였는지는 더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기권한 유권자의 속내가 무엇인지 헤아려 줄 정치인은 없다. 투표를 하지 않고 정치를 비아냥거리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투표#지방선거#정치#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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