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능한 ‘철밥통’ 공무원을 어떻게 퇴출시킬 것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7일 03시 00분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공무원에 임용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김대중(DJ) 정부 때부터 도입한 개방형 공직임용제가 있지만 대부분이 공무원들 차지다. 잡스가 공무원이 됐다고 해도 그들끼리 똘똘 뭉치는 관료사회의 배타적인 문화에서는 버티기 어려웠을 듯하다.

정부가 공직사회의 ‘철밥통’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공무원 신분 보장의 제외 대상을 현행 차관보급인 1급(관리관) 이상에서 국장급인 2급(이사관)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낱낱이 노출된 관료들의 무능과 무사안일, 복지부동의 적폐를 타개하기 위한 인사개혁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한번 공무원에 임용되면 큰 사고를 치지 않는 한 정년(60세)까지 안주할 수 있는 공직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000여 명을 뽑는 9급 공무원직에 20여만 명이 몰릴 만큼 공시족(公試族)이 느는 이유가 신분 보장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자리 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의 퇴출 조치’를 총리실에 지시했으나 최근 5년간 무능이나 태만을 이유로 퇴출된 공무원은 0.008%에 불과하다. 고위 공무원뿐 아니라 하위직 공무원에도 엄격한 인사 평가와 함께 직급 정년을 도입해 철밥통을 회수할 필요가 있다.

무능한 공무원들을 중도 퇴출시키는 것 못지않게 민간 분야에서 우수한 전문가를 공직사회로 영입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직 자격 요건과 직무 성격을 명시해 전문가를 공개경쟁 방식으로 채용한다. 정부는 고시 충원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개방형 임용제를 확대해야 한다. 정권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공직사회 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의 반발만 초래해 반쪽 개혁에 그칠 공산이 크다. DJ 정부 때 출범한 중앙인사위원회가 왜 흐지부지됐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독립적인 조직을 만들어 공무원 인사개혁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공무원#관료사회#인사개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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