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상급식이냐 학교안전이냐, 학부모가 선택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아이들 키우는 부모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지금 전면 무상급식과 학교시설 안전 문제를 놓고 택일하라면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를.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위험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는지 드러났다. 전국 초중고교 가운데 긴급히 보수해야 할 D등급 학교가 121개교다. 2개 학교는 당장 사용을 중단해야만 할 E등급을 받았다. 벽과 바닥에 금이 가고, 창틀에 기대면 아이까지 떨어질 듯한 곳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데도 교육청은 예산 타령만 하고 있다.

교육청은 그래도 걱정이 됐던지 일주일 간격으로 학교에 ‘위험시설을 살펴보고 보고하라’, ‘건물에 위험등급을 알리는 표지판을 붙이라’는 공문을 내려보낸다. 사고가 나면 ‘위험 교실을 살펴보라고 하지 않았느냐’, ‘위험 등급 표지판을 붙여 경각심을 주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책임 회피를 할 작정인가. D등급 표지판이 붙은 건물에서 자녀들이 공부하는 것을 안 학부모들이 학교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학교가 이렇게까지 위험해진 것은 무상급식 예산이 교육 예산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학생 안전과 직결되는 낙후된 학교시설에 대한 투자가 거의 중단됐기 때문이다. 2010년 교육감 선거의 이슈는 무상급식이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내건 전면 무상급식 공약은 숱한 논란 끝에 시행됐지만 그 바람에 서울시교육청에선 2008년 6760억 원이던 교육환경 개선 예산이 올해 801억 원으로 대폭 깎였다. 반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도입에 따른 교육부의 교육복지 지출은 38.4% 급증했다.

무상급식이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중산층 이상 자녀들은 선진국에서도 급식비용을 낸다. 기초연금도 소득 상위 30%는 제외되는데 부잣집 자식들까지 공짜 점심 먹이기에 세금을 쓰는 것은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다. 예산은 한정돼 있고 특히 교육 예산은 경직성 경비가 80%에 가깝다. 이념에 골몰한 정치인들이 만들어냈던 전면 무상급식 프레임을 학부모들이 나서서 깨야 할 때다. 곧 무너질 것 같은 위험한 학교에서 모두에게 ‘세금 점심’을 먹일 것인가, 안전한 학교에서 꼭 필요한 학생에게만 무상급식을 할 것인가.
#무상급식#학교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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