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집단자위권 ‘한반도 문제’는 한국 동의 필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 증대와 중국의 해양진출 확대 등 안보 환경의 변화를 지적했다. 그는 “헌법 해석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개정할 법제의 기본적 방향을 각의(閣議)에서 의결하겠다”고 말해 ‘헌법 해석’ 변경 계획을 사실상 표명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동맹국인 미국 등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일본이 무력으로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유엔헌장이 인정하는 국가의 고유 권리다. 지금까지 일본은 이른바 ‘평화 헌법’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 있지만 행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아베 총리는 이 빗장을 풀겠다는 뜻이다.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입헌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든다’는 반발이 나온다.

한국과 관련된 역사 교과서 왜곡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와 달리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내정(內政) 문제다. 그러나 일본의 식민지 강점이라는 아픈 역사를 지닌 한국은 일본의 군사 활동 확대를 경계할 수밖에 없다. 특히 어떤 이유로든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의 영토나 영공, 영해에 들어오는 것에는 거부감이 크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명시적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일 동맹 강화를 위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중국 포위’라며 반발하는 중국을 자극해 동북아 군비경쟁이 격화할 우려도 있다.

반면 일본이 주한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는 현실에서 미일 동맹 강화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억지력 강화 성격도 지닌다. 한국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아세안, 호주, 러시아 등 많은 국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자체를 반대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이 문제가 지닌 잠재적 위험성은 직시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적 위협을 실제 이상으로 과장하거나 ‘군국주의의 부활’ 식으로 몰아붙여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 않도록 균형감을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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