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초읽기에 몰린 4차 핵실험 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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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남 논설위원
방형남 논설위원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면 무슨 일들이 벌어질까. 무엇보다 5000만 국민이 실제로 머리 위로 날아올 수도 있는 핵무기 앞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최악의 안보위기에 빠지게 된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이미 지난달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개발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4차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능력이 더 정교해지면 남한이 가장 먼저 공격받을 수 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면 대화를 통한 핵 저지 전략은 물거품이 된다. 관련국 지도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앵무새처럼 되뇌던 ‘북핵 불용(不容)’이나 ‘평화적 해결’ 같은 수사(修辭)는 폐기 대상으로 변한다. 여러 차례 핵실험을 한 북한을 핵보유국이 아니라고 우기는 이상한 논리도 접어야 한다. 잠재적 핵보유국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강요할 근거도 사라진다. 여기저기서 핵무장론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자위 차원에서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국내에 반입하자는 주장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 일본이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서도 비난할 수 없게 된다.

앉아서 그런 불행한 사태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은 박근혜 정부가 반드시 저지해야 할 도전이다. 정부는 “4차 핵실험이 임박했다” “언제라도 실시할 수 있는 단계”라며 앞장서서 경종을 울렸다. 초읽기에 몰렸으면 대책도 비상해야 한다.

김정일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핵실험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6자회담에 참여해 핵 포기 가능성을 보였다. 국제사회의 반대 압력 제재를 의식하며 나름대로 속도 조절을 한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다르다. 집권 초기인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한 그가 불과 1년여 만에 또 핵실험 단추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는 헌법에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하고 핵무장과 경제발전을 병행하겠다며 이른바 ‘핵-경제 병진(竝進)’ 정책을 만들었다. 할아버지 김일성의 주체사상과 아버지 김정일의 선군정책처럼 핵무장을 통치이념으로 굳힌 것이다. 김정은은 핵과 공동운명체가 됐다.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북핵 저지 카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울 방문이다. 시 주석은 2008년 3월 부주석 취임 이후 첫 방문국으로 북한을 선택해 김정일을 만났다. 국가주석이 된 그가 평양을 제치고 서울을 먼저 찾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려 한다. 중국과 국제사회에 맞서 핵무장을 기도하는 북한 정권과 예전처럼 지내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아닌가.

시 주석의 방한 시기가 관건이다. 그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뒤 서울에 오면 뒤치다꺼리밖에 할 게 없다. 또다시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며 사후에 부산을 떨어봐야 김정은의 행보를 되돌릴 수는 없다. 중국이 미련을 갖고 있는 6자회담 재개도 먹히지 않게 된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시 주석의 방한 시기에 대해 한중이 협의 중이라며 “6∼9월경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달 말로 알려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 기간에 일정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또는 7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최대한 앞으로 당겨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외교력을 총동원해 중국을 설득해야 할 때다. 정부는 애초 일본만 방문하려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바꿔 서울에 오도록 했다. 시 주석의 조기 방한이 어렵다면 일정을 미리 발표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후 수습이 아니라 선제 대응으로 맞서야 그나마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저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선제 대응 가운데 최선은 시 주석이 “추가 핵실험을 하면 북한을 버릴 수밖에 없다”고 최후통첩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북한#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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