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소행으로 밝혀진 무인기, ‘안보 컨트롤타워’ 문책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9일 03시 00분


얼마 전 파주, 백령도,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 3대가 모두 북한에서 발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무인기의 비행조종 컴퓨터에 저장된 임무명령서(비행계획과 비행경로 좌표)를 분석해 과학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스모킹 건(연기 나는 총처럼 결정적인 증거)’을 찾아냈다. 명백한 군사도발을 한 북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무인기가 청와대 영공까지 뚫는 초유의 사태를 막지 못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에게도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 25명이 참여한 공동조사팀은 무인기의 정확한 발진과 복귀 지점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북한 무인기들은 사전에 입력된 경로를 따라 남측의 핵심 군사시설 등을 정찰하고 귀환하다가 추락했다. 하지만 북한은 “북 소행설은 철두철미 천안함 사건의 복사판”이라며 오리발을 내밀었던 만큼 계속 잡아뗄 공산이 크다. 천안함 폭침 때 우리 사회 일각에서 북한의 소행을 부인하고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했던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무인기에 대해 “북한에서 날아온 것이 아닐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주장했던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이제 와서 “그렇다면 국방부 장관을 파면 해임하라”고 큰소리치는 것은 국민 우롱이다.

북한 무인기들은 중국 민간업체가 만든 ‘SKY-09P’ 및 ‘UV10CAM’과 제원이 거의 일치해 이를 들여다 개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무기로 이용될 수 있는 물품의 대북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나 무인기에 대한 규정은 없다. 대북 제재의 허점이다. 그렇다면 군이라도 감시를 철저히 했어야 했다. 파주에서 북 무인기를 처음 발견했을 때 “대공 용의점은 없는 것 같다”고 잘못 판단하고, 청와대에 늑장 보고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군 당국이 관련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은 방공망, 지상정찰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질책한 것은 마땅하다.

군이 우왕좌왕한 것이나 세월호 침몰 때 정부가 갈팡질팡한 것이나 매한가지다. 세월호 참사로 청와대의 위기 대응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커졌을 때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자신은 안보 컨트롤타워이지 재난 컨트롤타워는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무인기 침투엔 제대로 대처했단 말인가. 더는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게 진정한 장수다.
#북한#무인기#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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