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누가 컨트롤타워여야 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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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논설위원
송평인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를 보고받고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전화해 해경 특공대를 투입해 선실 구석구석을 뒤지라고 지시했다. 이것은 정확한 상황 보고에 기초한 지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그럼에도 그것은 뭘 모르는 지시였다. 세월호는 선실 구석구석은 고사하고 선실 입구에 다가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의지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방법을 알아야 한다.

방법을 아는 사람만이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컨트롤타워가 될 수 없다. 총리도 장관도 될 수 없다. 재난 구조는 일반적 지식으로는 안 된다. 전문적인 기술적 지식이 필요하다. 대통령 총리 장관은 컨트롤타워를 지원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면 되는 것이지 그들 스스로 컨트롤타워가 될 수도 없고 돼서도 안 된다.

나는 1995년 같은 해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정부빌딩 폭파 사고를 둘 다 현장에서 취재했다. 두 사고의 컨트롤타워는 너무 달랐다.

삼풍백화점 사고의 컨트롤타워는 정치인 출신의 서울시장이었다. 사고 직후 무너진 백화점 지하로부터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연기를 내버려두면 생존자가 질식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시장은 물을 뿌리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연기가 더 많이 올라왔다. 전문가를 자처한 어떤 사람이 와서 소방거품을 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이번에 소방거품을 뿌리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또 다른 전문가가 달려와서는 소방거품은 생존자에게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누구 말이 옳은지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폭파 사고에서는 오클라호마시티 소방대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9·11테러 당시 뉴욕 시 소방대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과 똑같다. 그는 생존자 구출을 위해 생존자의 다리를 잘라야 하는 힘든 결정도 여러 차례 내렸다. 그는 구조 현장에 들어가고 나올 때가 기자들과 접촉하는 유일한 시간이었지만 언론을 통해 상황을 알리는데도 최선을 다했다. 며칠 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희생자 추도 예배가 인근에서 열렸다. 예배 참석자의 기립박수를 받은 것은 구조견을 앞세운 소방대원들이었다. 소방대장은 예배 때도 현장을 지키느라 오지 못했다.

세월호 침몰 현장의 구조 컨트롤타워는 누구였는가. 애초 이것이 명확하지 않았다. 다만, 해경 장비기술국장이 나와서 브리핑하는 것을 보면서 해양경찰청장일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뿐이었다. 최근에야 한 해군 대령에게 자문해 해양경찰청장이 지휘한다는 공식 설명이 나왔다. 그러나 김석균 청장의 이력을 보면 잠수 근처에도 가본 것 같지 않다. 그 역시 구조작업을 지원할 적임자인지는 모르지만 구조작업을 지휘할 적임자는 아니다.

해경청장에게 조언을 한다는 해군 대령이 25일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해난구조대(SSU) 대장이다. 그가 상황을 설명하자 구조작업을 비난하던 실종자 가족들이 비로소 신뢰를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 컨트롤타워를 해야 한다면 그가 컨트롤타워여야 할 사람이다. 높은 사람이 컨트롤타워를 맡을수록 좋다는 것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촌각을 다투는 재난 구조는 지휘체계를 초(超)단순화해야 한다. 실질적 컨트롤타워 위에 옥상옥(屋上屋)을 만들어놓으니까 선내 진입이 72시간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아닐까.

생환자는 아직 제로다. 구조대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본래부터 침몰한 배 속에 에어포켓도 생존자도 없었을 수 있다. 그러나 생존자가 있었으나 구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은 최소한 남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에는 박 대통령부터 컨트롤타워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고 지휘와 지원도 명확히 구별하지 못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세월호#컨트롤타워#해양경찰청장#해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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