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촬영한 北무인기, 대통령 겨눴으면 어쩔 뻔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일 03시 00분


최근 경기 파주와 백령도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 무인항공기에 대해 청와대가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주 무인기의 카메라에는 청와대를 찍은 사진이, 백령도 무인기엔 해병대 6여단 등 서북 도서의 군부대 사진이 담겼다. 군은 영상 송수신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북한이 전부터 무인기로 민감한 정보를 수집했을 수도 있다. 청와대와 서해 최전방 부대의 방공망이 뚫렸는데도 군은 알지 못했고 대응할 능력도 없다.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정조준해 무인기로 공격해도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다니 통탄할 일이다.

북한의 대남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해 5월 “무인타격기를 동원할 경우 인왕산을 돌아 청와대를, 관악산을 돌아 수도방위사령부를 공격할 수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은 ‘장거리포와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는 것은 청와대를 보호하는 병풍 같은 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동체가 목표물로 돌진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자폭형 무인기를 동원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개성 남쪽에 무인기를 배치하면 청와대까지 2분 40초면 도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위협이 빈말이 아님이 드러났다. 청와대 하늘이 무방비 상태라면 북한은 다양한 공격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대통령의 동선을 알면, 대통령이 차에 타고 내릴 때 직접 공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5월 박흥렬 경호실장이 부임한 후 북한의 무인기를 발견하면 격추하도록 산탄총 장비를 보급하고 전자파 격추 장비를 도입했다. 하지만 낮게 비행하는 소형 무인기를 발견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지 못해 육안 관측에 의존하고 있다. 첨단 시대에 우리 군은 적의 무인기가 추락해야만 알아채는 수준이다.

무인기를 이용한 군사 활동은 세계적으로 보편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무인기를 투입해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주요 인물들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다가 폭사시켰다. 북한 무인기의 수준이 초보적이라지만 최고통수권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군도 테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국민이 답답해하는 것은 군의 대비 태세다. 북이 4차 실험을 예고한 핵을 비롯해 미사일, 생화학무기, 장사정포와 방사포 등 갈수록 커지는 위협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맞설 대안이 있기나 한 것인지 궁금하다. 백령도 전술비행선 도입사업만 해도 납품업체의 계약 문제와 추락 사고로 4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무인기가 청와대 방공망을 헤집고 다닌 것은 북한이 1968년 김신조 등 공비를 내려보내 청와대 뒷산을 뚫은 것과 같은 충격이다. 경제력에서 북한을 압도한다고 방심하다가는 북한의 침투에 언제, 어떻게 당할지 모른다.
#무인항공기#청와대#북한#파주#백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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