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독일 통일 현장에서 南이 내민 손, 北은 뿌리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9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독일 드레스덴공대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독일 국민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번영, 평화를 이뤄냈듯이 통일을 위해 남북한 간의 ‘군사적 장벽’과 ‘불신의 장벽’ ‘사회문화적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에 인도적 문제부터 해결하고, 민생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며, 동질성 회복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와 ‘복합농촌단지’ 조성 등 남한의 제의를 받아들여 분단 극복에 함께 나서야 한다.

북한은 박 대통령이 이번에 어떤 보따리를 풀지 주목했을 듯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3월 독일을 방문했을 때에도 베를린 선언을 통해 ‘정부 당국 차원의 경협 지원’이라는 선물을 내놓은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 ‘통일 대박론’의 구체적 제안을 피력한 것은 대북정책의 큰 전환에 해당하는 ‘독트린’까지는 아니어도 남북한과 국제사회의 여건을 두루 고려한 현실적인 접근이다. 다만 제안 가운데 신의주를 중심으로 한 남-북-중 협력 사업은 5·24 대북제재 조치에 걸리는 측면이 있는 만큼 좀더 내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독일 방문 기간에 동서독 통일의 역사적 현장을 둘러보고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 등 그 주역들과 한반도 통일에 관해 논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통일은 정말 행운이자 대박(Gl¨ucksfall)”이었다면서 “다른 삶을 산 (북한) 사람들에게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경제적 지원을 많이 하면 통일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도 50년 전인 1964년 12월 당시 서베를린에 도착해 “나는 조금 전에 동독 상공을 지나면서 바다와 같이 캄캄한 동독을 내려다보고, 북한에 있는 우리 동포들의 처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북한도 밝은 빛의 세계로 나와야 한다. 남한의 통일정책을 ‘흡수 통일’로 여기고 경계할 게 아니라 마음을 열고 민족의 미래를 논의해야 한다. 북이 여전히 남측을 핵과 미사일로 위협해 지원을 얻어내는 상대로만 여긴다면 남북관계의 진전은 어렵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북의 호응 여부에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독일 드레스덴공대#북한#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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