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법재판소가 광화문에 있어도 야간 시위 허용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9일 03시 00분


헌법재판소는 야간 시위를 전면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0조 규정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규정을 밤 12시 전의 야간 시위까지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위헌이라는 뜻이다. 헌재 재판관들이 야간 시위가 자주 벌어지는 광화문에 한 번이라도 나와 보고 판단했는지 의심스러운 결정이다. 또 일몰(日沒) 대신 밤 12시라는 새 기준을 헌재가 스스로 정함으로써 국회의 입법 재량을 침해했다.

야간 시위를 금지하는 규정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단서가 없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2009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에는 단서라도 있었지만 야간 시위에는 그런 것도 없다. 2010년부터 야간 옥외집회가 허용되어 현재는 야간에도 집단적인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 굳이 시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으면 주간에 하면 된다. 시위로 인한 체제 전복의 위협을 겪었던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의 경찰은 원칙적으로 일몰 후에는 시위는 물론이고 옥외집회도 허용하지 않는다.

민주노총과 강성 시민단체들이 벌이는 시위는 대부분 무질서하게 진행되는 것이 우리 풍토다. 주간에 시작된 시위가 밤늦게까지 이어지기 일쑤였다. 야간까지 이뤄진 시위치고 평화적으로 끝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몰이라는 기준이 현대 도시생활에서 과도한 제한이라는 헌재의 판단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기준을 밤 몇 시로 할지는 법을 만드는 국회가 결정할 사안이다. 김창종 재판관 등 헌재 재판관 가운데 3명은 헌재가 한정위헌 대신 단순한 위헌 결정을 내려 구체적 기준은 국회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을 제시했으나 소수 의견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 결정으로 일몰 후 시위 금지 규정은 밤 12시 이후 시위 금지로 바뀌어 바로 효력을 발휘한다. 국회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의 경우 법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헌재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 헌재가 사실상 입법 행위를 한 것과 다름없는 이번 결정은 국회와 대법원을 난감하게 하고 국민에게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한정위헌#야간 시위#광화문#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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