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 지역엔 교도소 안 된다”는 님비에 법원이 제동 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정부가 쓰레기처리장 등 기피 시설을 건축하려고 할 때 주민 반대를 뚫고 나가기도 어렵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반대하면 대책이 없다. 지자체가 건축 협의 자체를 거부하면 공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최근 대법원은 경기 안양시가 안양교도소 재건축을 위한 법무부의 협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무부는 1963년 건립된 안양교도소가 노후화하자 재건축을 추진하다 안양시가 주민 반대를 이유로 협의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은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우리 동네에는 안 된다) 행정’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가 있다.

안양시와 법무부는 2009년 교도소 재건축에 사실상 합의했다. 그러나 2010년 시장이 바뀐 뒤 주민들의 재건축 반대가 거세져 약속은 깨졌다. 녹지공간 확보 등 주민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법무부와 협의를 하자는 지역사회 일각의 온건론은 반대 의견에 묻혀 버렸다. 안양시는 협의를 네 차례나 거부하며 법무부와 갈등을 빚었다.

님비 현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앞에는 ‘주변 환경 훼손하는 지구대, 우리 아파트 입구 이전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수서경찰서 산하 대치지구대를 이전하려는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내건 것이다. 이 지구대는 2007년에도 근무 인원이 늘어나면서 비좁은 공간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리모델링을 하려 했으나 주민 반대로 포기한 바 있다. 생활 치안의 첨병인 경찰지구대를 혐오 시설로 취급해서야 되겠는가. 얼마 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인질극이 벌어졌다. 이 같은 긴급한 범죄가 발생했는데도 경찰이 멀리 떨어져 있어 출동이 늦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두 달 전 전북 임실군의 일부 주민은 이 지역으로 옮겨온 육군 35사단 부대 앞에서 24시간 내내 확성기로 장송곡을 틀어대는 소음시위를 벌였다. 생명과 재산, 그리고 국가안보를 지켜줄 경찰지구대와 군부대까지 밀어내려는 것은 민주시민의 양식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시설의 설치 문제를 놓고 갈수록 첨예해지는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님비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피 시설#지방자치단체#판결#님비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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