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혜련]아동입양, 양부모 자격 심사 강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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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지난해 10월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양아버지의 학대로 사망한 세 살짜리 현수 이야기는 아직도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경제력 세계 15위를 자랑하며 해외 원조까지 하고 있는 우리가 왜 아직도 아동을 해외로 입양시켜야만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입양을 필요로 하는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빈곤가정이나 미혼모 등에 대한 충분한 지원 대책이 없어 위기 상황에 빠진 부모가 아동을 쉽게 포기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입양가정에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입양수수료 270만 원을 지원한다. 또 14세까지 월 15만 원의 양육수당과 18세까지 의료급여를 지급하며 심리치료비를 월 20만 원씩 제공하고 있다. 반면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에는 최저생계비 130% 이하 가구에 속할 때만 월 7만 원에 불과한 양육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아동을 양육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이다.

입양은 국가의 여러 지원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아동을 양육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이루어지는 차선의 방법이어야 한다. 그래도 입양이 필요하다면 가능한 한 해외 입양을 중단하고 국내 입양 중심으로 해야 한다. 또한 양부모 중심의 입양이 아닌 아동 중심의 입양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동의 입양 대기 기간이 긴 이유 중 하나는 입양부모 대부분이 여아 입양을 위해서는 적어도 1, 2년은 기다리지만 남아 입양은 꺼리기 때문이다.

양부모는 자선을 베푸는 존재로서 자신이 원하는 여아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믿고 기다린다. 그러나 양부모의 욕구 충족에 초점이 맞춰진 입양은 입양아동과 양부모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동을 상품화할 수 있으며 아동이 양부모가 원하는 대로 자라지 않을 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고 상처도 받기 쉽다. 따라서 입양제도를 아동 중심으로 전환하고, 양부모가 입양아동을 잘 키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더 신중히 심사하며 입양 후에도 엄격한 절차에 따라 사후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입양사업은 입양아동, 입양부모, 친부모 삼자의 평생과 관련된 일로 고도의 전문능력을 갖춘 사람만이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비전문가도 입양업무를 할 수 있고, 입양철학과 전문성을 갖췄다기보다는 양부모와 아동을 단순히 연결하는 입양 알선사업이 주를 이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양기관의 인증제도가 있고 입양부모에 대한 사전교육과 준비를 거의 1년에 걸쳐서 하는 미국에서도 현수와 같은 아동학대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그런데도 혹자는 입양특례법(2011년 개정, 2012년 8월 시행)이 국내 입양을 까다롭게 해서 국내 입양 활성화를 저해한다고 한다. 그러나 진정 중요한 것은 무조건 많은 아동을 입양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은 수라도 입양아동을 잘 키울 가정에 보내는 것이다.

내년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비준을 앞두고 앞으로는 어려움에 처한 아동의 가정을 충분히 지원해 입양이 필요한 아동의 발생을 줄여야 한다. 국내외 입양기관에 대한 인증제도 마련 등을 통해 가정조사와 사전교육을 엄격하게 수행하도록 관리 감독하고, 입양 후에도 철저하고도 장기적인 사후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입양 후 5년 동안 사후 관리 보고서를 6번 제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동이 18세가 될 때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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