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설대우]AI 방역, 사람 차단이 먼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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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우 중앙대 약학대 교수·세포분자병리학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 교수·세포분자병리학
조류인플루엔자(AI)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 발생한 AI는 고병원성 AI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는 H5N1형과는 달리 H5N8형으로 밝혀졌다.

고병원성 H5N8형 AI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총 네 차례 닭 오리 등 가금류에서 고병원성 AI가 유행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모두 H5N1형이었다. 두 종류 모두 N형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병원성 측면에서는 H5형으로서 철새나 가금류에서 고병원성을 보이는 데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인간 감염에 대해서는 약간씩 다르다. H5N1형 AI의 경우 감염된 가금류를 직접 접촉할 때 인간을 감염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H5N8형 AI는 현재까지 몇몇 나라에서 유행한 적이 있지만 사람이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 사람으로의 감염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는 얘기다.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H5N1형 AI마저 직접적 접촉이 있어야 사람 감염이 가능하다. 따라서 아직 인체 감염성이 덜 발달된 것으로 보이는 H5N8형이 사람을 쉽게 감염시키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또 AI는 열에 약해 75도 이상에서 5분 정도면 사멸이 가능하므로 가금류를 익혀 먹을 경우 전혀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경제적 타격이 생길 수는 있다. 일단 발생하면 경제적 타격은 피할 수 없다. 이때는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렇게 하려면 철저한 방역 외에는 달리 길이 없다.

이번 AI 발병이 최초로 확인된 전북 고창의 인접 저수지에서 가창오리 등 야생철새 수백 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 이 역시 고병원성 H5N8형 AI 감염에 의한 것으로 판명되면서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향후 철새가 이동하면서 전국적인 확산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점, 따라서 방역이 쉽지 않을 거라는 어두운 전망 때문이다.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통제와 차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사실 구제역이든 이전의 고병원성 AI든 가축전염병은 결국 사람이 매개가 되어 확산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가창오리가 전염원으로 확인됐다고 해서 가창오리가 직접 오리사육장에 날아들어 사육 오리 감염을 유발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감염된 오리의 배설물 등을 묻힌 채 이동한 사람이나 차량이 AI를 옮겼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이런 점에 유의한다면 향후 방역의 원칙은 명확해진다. 어쩔 수 없이 감염된 야생 오리 떼보다는 사육 오리를 접촉하는 사람을 철저히 통제하고 차단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당분간 야생오리 서식지 출입을 차단해 사람과 차량 등이 야생 오리와 배설물에 접촉할 가능성을 원천봉쇄할 필요가 있다. 또 가금류 사육장 출입 인원을 최소화하면서 사육장 소유주, 방역 실무자, 언론 종사자뿐 아니라 사육시설에서 키우고 있다면 개도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 출입할 때에는 반드시 철저한 소독이 행해지도록 해야 한다.

며칠 후면 민족의 명절인 설을 맞아 국민 대이동이 예상된다. 충분한 홍보가 필요하다. 친인척의 가금류 사육장 방문을 자제토록 할 필요가 있다. 말 못하는 수백만 마리 가금류의 목숨과 AI의 전국적 확산 여부는 하늘의 새가 아니라 결국 사람의 손에 달렸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 교수·세포분자병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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