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2, 제3의 삼성·현대차 키워 ‘경제력 쏠림’ 극복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2012년 국내 전체 법인이 거둔 매출(4212조 원) 중 11.3%(476조8000억 원)를 차지했다. 전체 법인의 영업이익에서 두 그룹의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2.4%로 이보다 훨씬 높았고, 당기순이익은 34.9%나 됐다.

두 ‘알짜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전체 법인의 영업이익은 2008년 136조8000억 원에서 2012년 149조 원으로 4년간 9%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5.2%나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지만 실상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삼성과 현대차 정도가 돈을 벌어들일 뿐, 전체 경제는 몸살을 앓는 이중 구조가 급속히 굳어진 것이다. 통계 지표는 좋아도 체감 경기가 좋지 않은 경기 착시(錯視)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다. 매출과 이익의 70% 이상을 세계 시장에서 벌어들인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력 쏠림은 자칫 국가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 기업들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최초의 개척자(first mover)로 변신하지 못하고 주춤할 경우 나라 전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는 중국 휴대전화 회사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엔화 약세에 기댄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반격도 만만찮다.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고 해서 두 기업의 발목을 잡아 경제력 집중도를 줄일 일은 아니다. 대기업 모두가 성장의 과실을 독식한다는 착각에 ‘경제민주화’를 밀어붙여 나라 전체의 파이를 줄여서도 안 된다. 올바른 해법은 ‘제2의 삼성전자’ ‘제2의 현대차’를 더 많이 키워 내는 것이다. 글로벌 강소(强小)기업도 쑥쑥 키워야 한다. 그것이 성장을 통해 전체적 균형을 이루고, 고용을 늘려서 모두가 사는 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규제 총량제와 서비스산업 규제 혁파 등을 통한 역동적 혁신 경제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각각 신사업 개척과 선행 기술 개발을 올해의 화두로 제시했다. 정부 역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역동적 혁신 정부’로 스스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
#삼성그룹#현대자동차그룹#한국 경제#경제력 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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