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들의 신년 위기 경영, 정치권은 발목 잡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4일 03시 00분


새해 벽두 대기업에 위기감과 비장함이 감돌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신년사에서 “선두 사업은 끊임없이 추격을 받고 있고 부진한 사업은 시간이 없다”며 “불확실한 환경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시장의 한계, 기술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 구본무 회장은 “지금이 위기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면서 길지 않은 신년사에서 위기를 6차례나 언급했다.

신년 초부터 증시는 요동쳤다. 첫 거래일인 그제 코스피가 2.2% 떨어졌고 어제도 1% 속락했다. 새해 첫 거래일에 주가가 급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엔화 약세,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중국 성장률 둔화라는 외적 파도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개연성이 커졌다.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바뀌었는데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위기감을 부추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인데 기업 이익을 이끌어 갈 새 청마(靑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주가 급락의 원인이 됐다. 엔화 약세의 직접 대상이 될 현대자동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예년보다 보수적으로 잡았다. 500대 기업 이익의 57%를 차지하는 두 그룹이 이럴진대 다른 기업들은 말할 나위도 없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으려면 역시 과감한 변화와 혁신밖에 없다. 이건희 회장은 21년 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한 데 이어 올해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며 변화를 강조했다.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관행을 떨쳐 내고 혁신, 융합, 체질 개선, 신기술, 신사업으로 확실한 진로를 찾자는 것이 주요 그룹의 신년사에서 드러난 각오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3.9%, 일자리 45만 개 창출을 목표로 잡았다.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하려면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간신히 통과됐다. 이와 관련된 지주회사 규제는 지난 정부의 지침을 충실히 따른 기업들에 불이익을 준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치권과 정부가 할 일이다.
#대기업#정치#위기 경영#신년사#경제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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