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 정책에 완전히 새로운 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일 03시 00분


주택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함께 움직인다’는 상식이 깨지면서 집값은 내리고 전세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2009년 이후 지속되고 있다. 임대시장에서는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 하고 있다. 계약기간이 만료된 전세 세입자들은 전세가격 상승과 월세 부담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는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기면서 ‘집을 사두면 돈 번다’는 사회적 인식도 바뀌고 있다.

그러나 주택과 관련된 제도는 구태의연하다. 1가구 1주택의 정책 목표 아래 개인 위주의 청약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등 가격 규제도 심하다.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등을 중과(重課)하고 있다. 소형주택 의무비율, 임대주택 비율 및 크기에 대한 규제도 여전하다. 과거 주택 물량이 부족했던 시기에 만들어져 시대와 동떨어진 정책이다.

부동산시장의 지형이 달라졌다면 새로운 환경에 맞는 부동산 정책을 도입하는 일이 절실하다. 먼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4·1 대책, 전세가 상승에 대한 8·28 대책의 이행을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26개 부동산 유관 단체는 최근 “국회가 부동산 법안들을 통과시키지 않아 서민의 고통이 더 커지고 있다”며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민생 법안 중에서 부동산 법안이라도 제발 처리해 달라”는 성명을 냈다. 이런 호소를 외면하면 민생 국회라고 부를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 이제 의미가 없어진 소형주택 의무비율과 임대주택 비율에 대한 규제를 폐지하고, 분양가 상한제 역시 없애야 한다. 부동산 세제는 경기조절 수단이나 투기억제 수단이 아니라 조세 원리에 부합하도록 재편하는 것이 옳다.

외국에는 전세 개념이 없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도 전세의 월세 전환은 불가피한 추세로 보인다. 그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연착륙의 유도에 나설 필요가 있다. 월세 세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해야 한다.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부담이 아닌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그제 열린 ‘2013 동아부동산포럼’에서도 지적됐지만 법인의 주택청약 허용도 필요하다. 임대주택을 활성화하겠다면서 주택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법인이 하나도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매매#전세#월세#부동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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