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은 금융상품 부실판매에 14조 원 벌금 부과하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2일 03시 00분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증권을 부실 판매했다는 이유로 130억 달러(약 13조8060억 원)의 벌금을 내기로 미 법무부와 합의했다. 단일 기업이 내는 벌금으로는 사상 최대 액수다. JP모건체이스는 주택담보부증권(MBS)을 주택 거품이 잔뜩 낀 2005, 2006년 판매하면서 모기지 대출자들의 상환능력을 부풀렸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상품은 높은 가격에 국책 주택금융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사들였다. 주택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상품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 정부는 부실 판매한 금융상품이 330억 달러어치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JP모건체이스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감독하는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에 40억 달러를 과징금으로, 사법당국에 50억 달러를 벌금으로 내게 된다. 나머지 40억 달러는 피해 고객들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한다. 2010년 멕시코 만에서 석유시추를 하다가 엄청난 원유 유출 사고를 낸 영국의 다국적 회사 BP는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피해 주민들에게 45억 달러를 배상했다. 이 사건과 비교해도 JP모건체이스의 벌금액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미 법무부와 49개 주 검찰은 JP모건체이스와 씨티은행 등 5개 대형은행에 MBS 부실 판매 책임을 물어 250억 달러의 과징금을 매겼다. 3월에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모기지증권 부실 판매에 대해 과징금 116억 달러를 부과했다. 미국 정부는 부실 상품을 판 금융회사의 책임을 추적해 천문학적인 벌금을 매기고 있는 것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은행 회장은 벌금 납부를 조건으로 부실 판매 혐의는 기소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이 진행되면 은행의 책임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금융회사의 사기성 영업을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 질서가 붕괴될 우려가 크다고 보고 막대한 징벌성 벌금을 부과한다.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남발을 묵인하고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우리 금융감독 당국과 대비되지 않는가.
#JP모건체이스#부실 판매#주택담보부증권#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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