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박선희]돈 안 들이고 백만장자처럼 사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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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 소비자경제부 기자
박선희 소비자경제부 기자
취재 중 알게 된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의 헬스트레이너는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를 구별하는 방법으로 ‘운동 시간대’를 들었다. CEO들은 출근 전 새벽에 쫓기듯 운동하지만 오너들은 오후 3∼4시쯤 나타나 여유롭게 운동을 즐긴다는 거였다. 고용주의 타임라인에 매여 살아야 하는 월급쟁이들의 숙명은 고급 헬스클럽에 다니는 CEO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슬픈 현실을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CEO가 이 정도면 일반 회사원은 말할 것도 없다. 평범한 사람들에겐 시간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게 늘 인생의 걸림돌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해방을 진정한 자유와 동일시하는 건, 생업에 얽매여 있어야 할 때 시간에 대한 통제권을 조직이나 고용주 등 다른 누군가가 갖기 때문이다. 지정된 시간에 전투하듯 출근해야 하고, 바가지요금을 감수하며 최성수기에 휴가를 떠나야 한다. 어린이집에 맡겨놓은 아이를 찾아올 사람이 없어도 퇴근 전엔 자리를 뜰 수 없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 물론 돈의 제약이 없다면 이런 고충을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결코 돈이 아니다.

미국 작가 티머시 페리스의 ‘4시간’이란 흥미로운 책에 따르면, 백만장자처럼 살기 위해 필요한 건 백만금이 아니라 시간 관리의 자율권이다. 개인이 시간활용에 재량권을 가지는 것만으로 거금을 투자한 것과 맞먹는 경제적 효과를 ‘거저’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일례로 성수기만 피해 휴가를 가도 두세 배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출퇴근길 러시아워의 고통만 없어도 근로생산성은 현격히 높아진다. 삶의 질 개선은 돈으로 따지기 어려운 가치가 있다. 육아, 여행, 자기계발에 맘껏 투자하면서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만 일해 경력을 쌓을 수도 있다. 근로방식에 대한 발상만 바꾸면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인가. 저자는 일단 ‘나인 투 파이브’(Nine to Five·오전 9시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일반 사무직)에서 탈출하는 게 백만장자처럼 사는 첫걸음이라고 주장한다. 좀 엉뚱하긴 해도, 마냥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요즘엔 ‘일과 삶의 조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형적인 근무 제도를 뛰어넘는 다양한 일자리가 등장하고 있다. 주중 일부 요일에만 출근하는 유연근무제나 인터넷으로 세계 각지의 일감을 얻어 자유롭게 일하는 이랜서(e-lancer·온라인 프리랜서) 시장의 성장이 그런 예다.

최근엔 국내의 경직된 근로문화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육아여성을 배려한 시간제 일자리 등 ‘퍼플잡’(신축근무제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근로 문화가 공공선의 증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는, 반길 만한 변화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백만장자에게서 ‘진정’ 부러워하는 게 뭐겠는가. 평일 오후에 운동하면서도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자유다.

박선희 소비자경제부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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