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근로시간 단축도 좋지만 기업 경쟁력 하락 막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8일 03시 00분


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가 어제 당정협의에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주간(週間) 최장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당정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 현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시(常時)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30∼299명은 2017년부터, 30명 미만은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법정 근로시간을 1일 8시간, 1주일 40시간으로 정하고 연장근로는 1주일에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하지 않아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8시간씩 일하면 1주에 최장 68시간을 근무할 수 있다. 이번 당정 합의는 주당 근로시간 한도는 하루 8시간씩 1주일 40시간을 유지하되, 종전과 달리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해 근로자의 주간 초과근로 가능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근로자들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긴 편이다. 2010년 기준 OECD 자료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7개국은 1600시간 미만, 미국 영국 일본 등 16개국은 1600시간 이상∼1800시간 미만이다. 반면에 한국은 멕시코 터키 등 6개국과 함께 연평균 1800시간 이상인 장시간 근로 국가로 분류된다. 대체로 연간 법정 근로시간이 짧은 나라일수록 고용률과 삶의 질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근로시간을 줄여나가자면 후유증을 막기 위해 선결 과제를 챙겨야 한다. 우리는 경기 상황에 따라 근로자를 충원하거나 해고하는 노동 유연성이 떨어진다. 경영계는 이런 형편에서 법정 근로시간을 줄일 경우 경기에 따른 신축적인 경영이 어려워져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임금도 그에 맞춰 낮춰야 한다는 경영계와, 근로시간 단축은 찬성하지만 임금 삭감에는 반대하는 노동계의 견해 차이를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 정책으로 당정이 내놓은 근로시간 단축이 실제 고용 증대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와 여당은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 8개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중점 추진 법안으로 선정해 관련 법률 개정 또는 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경영계 노동계 학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일자리 확대와 삶의 질 제고, 기업 경쟁력 유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법안을 만들기 바란다.
#휴일근로#연장근로#근로시간 단축#임금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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