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편 보도본부장 국감 증인 채택은 언론자유 침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7일 03시 00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채널A와 TV조선 보도본부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국회가 순수 민간방송 보도책임자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민간방송사 보도본부장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은 민주당이 강력히 요구하고 새누리당이 어정쩡하게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결정됐다. 언론자유는 사법권 독립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기반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이다. 보도 내용이나 논조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민간 언론사 간부를 국감 증언대에 세우려는 민주당은 ‘언론사 길들이기와 편 가르기’의 전형을 보여준다.

별 생각 없이 야당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한 새누리당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2006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난 신문법 통과에 들러리를 섰던 과거 한나라당의 행태와 다를 게 없다. 당시 한나라당 내에서도 “국회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나 당은 언론자유 수호보다 정치적 흥정을 우선했다.

좌파 언론단체 출신 최민희 의원 등이 이번 국감 증인 채택을 주도했다. 이들은 채널A와 TV조선 보도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편파 막말방송’이라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방송 보도와 논평의 공정성, 방송 언어의 품위 문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평상시 심의와 제재를 하고 있다. 정치권의 압박은 오히려 보도의 공정성을 해친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까지 “종편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방송”이라며 출연조차 하지 않았다.

기업인에 대한 마구잡이식 국감 증인 채택도 심각한 문제다. 국회 국토위는 4대강 사업 담합과 관련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석채 KT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 등 상당수 기업 경영자들도 국감 증언대에 서게 됐다. 기업인과 민간단체 대표의 국감 증인 채택은 2011년 61명에서 지난해 145명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어제 성명을 내고 “국회는 정책감사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국정감사가 기업감사로 변질되는 모습을 더는 보여서는 안 된다”라고 반발했다. 비리를 저지른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따지는 것은 국회가 마땅히 할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인들까지 국회에 불러내 죄인 취급하는 구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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