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회동, 형식보다 정치 복원이 중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민주당이 청와대의 5자회담 제의에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5자회담은 대통령과 여야 대표 및 원내대표가 함께 만나자는 것이다. 정호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병헌 원내대표의 입장’이라며 “국정과 민생 안정을 위한 목적이라면 여야 간 어떤 형식의 대화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나 현 정국의 문제는 일대일 여야 영수 회담에서 해법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2자회담을 제의했다가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5일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담을 하자고 수정 제의하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김관영 수석대변인을 통해 “정국 상황이 엄중한 만큼 청와대의 공식 제안이 있다면 형식과 의전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형식과 의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김 대표의 말은 3자회담은 되고, 5자회담은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민주당이 ‘김 대표의 입장’이 아닌 ‘전 원내대표의 입장’으로 부정적 의사를 밝힌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여야 영수회담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를 겸하고 있을 때 가끔 있었던 정치관행이다. 지금은 야당과 마찬가지로 여당도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표가 엄연히 존재하고 대통령이 일사불란하게 여당을 움직일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민주당이 여당의 영수로 대통령을 지목한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자 여당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통령과의 회담이 이뤄질 경우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과 관련한 철저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국정원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과 국회의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은 국회의 국정조사와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면 될 일이다. 대통령 사과도 국회와 사법부의 판단이 끝난 뒤 그 결과에 따라 거론할 사안이다. 국정원 개혁은 박 대통령이 국정원에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으니 그 결과를 지켜본 뒤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여야가 다시 논의하면 된다. 회의록 실종 문제는 새누리당의 고발로 이미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특검이나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는 여야가 논의하면 될 것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단의 회담이라면 경색된 정국을 푸는 것을 넘어 좀 더 폭넓게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야당의 카운터파트인 여당의 대표단도 참석하는 것이 맞다. 3자든 5자든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끝없는 정쟁에 국민은 지쳤다. 청와대와 여야는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회담을 성사시켜 정치와 국정의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의 갈증을 풀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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