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勝戰 허장성세’ 그만두고 대화 제의에 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9일 03시 00분


6·25전쟁 정전 60주년인 그제 서울 워싱턴 평양에서 대규모 기념행사가 열렸다. 한국과 미국은 전쟁의 참화를 딛고 한국이 이룩한 민주화와 번영에 대한 축하와 함께, 유엔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쳐 침략을 물리친 참전용사들의 소중한 희생을 기렸다. 반면 북한은 실패로 끝난 기습 남침을 ‘전승(戰勝)’이라고 강변하며 전쟁 분위기를 내는 열병식과 불꽃놀이에 돈을 퍼부었다.

중국은 63년 전 북한이 시작한 전쟁을 이른바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이라고 부르며 개입했다. 중국이 보낸 군대가 한반도로 내려오지 않았다면 김일성 세력은 압록강 두만강 너머로 밀려났을 것이다. 중국은 정전 60주년에 권력서열 8위인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이 이끄는 축하 사절을 평양에 보냈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리 부주석을 김정은 바로 옆에 세워 각별하게 예우했다. 리 부주석은 “북-중 두 나라 사이는 피로 맺어진 관계”라며 6·25 참전의 기억을 되살렸다.

하지만 시진핑의 중국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있다. 리 부주석은 열병식 이틀 전 김정은에게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평화와 안정 유지 방침을 견지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으로 맺어진 북-중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핵무장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였다. 중국 내에서는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식이 열리지 않았다. 러시아는 축하 사절을 보내 달라는 북한의 요청을 거부했다. 김정은은 열병식에서 연설을 하지 않았고, 대신 나선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중국의 경고를 의식해서인지 핵과 미사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북한은 대규모 잔치를 할 형편도 아니다. 올여름 집중호우로 40명이 희생되고 1만여 채의 가옥이 무너졌다. 주민은 끼니를 이어 가기도 힘든 판에 허장성세 행사에 돈을 퍼붓는 김정은은 세계가 비웃는 줄을 모르는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다시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 그는 핵 포기를 촉구하면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남북한 공동 발전의 길을 적극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참전국 대표들에게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주고 세계 평화에 기여해서 여러분의 뜻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어제 개성공단 실무회담 재개를 제안하고 5개 민간단체와 유니세프를 통한 대북(對北) 인도적 지원을 승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제 정전 60주년 기념식에서 한국인들이 오늘날 누리는 자유와 역동적인 경제를 북한 주민들의 억압과 빈곤과 대비하며 “한국전쟁은 무승부가 아니라 한국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이 잘못된 6·25전쟁관(觀)을 버리지 않으면 북한의 현실은 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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