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 밖 아이들’ 빼놓은 청소년대책은 공허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경기 용인시에서 19세 심모 군이 17세 김모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후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사건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심 군은 범행을 저지르고 1시간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메말라 없어졌다. …이 피비린내에 묻혀 잠들어야겠다”는 글을 올렸다. ‘10대 오원춘’ 사건이란 말이 나온다.

심 군은 휴대전화로 시신 훼손 장면을 찍어 친구에게 보낼 정도로 잔인해 사이코패스 성향도 엿보인다. 그는 지난해 자살 기도를 한 적도 있는 등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정이나 사회의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끔찍한 범죄자로 전락했다.

청소년 범죄는 검찰에서 처리한 형사 사건만 한 해 11만9000여 건(2012년)이나 된다. 상당수가 학교를 중퇴하고 가출한 청소년들이 연루돼 있다. 심 군과 피해자인 김 양은 모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방황했다. 작년 3월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또래 여학생을 집단폭행하고 암매장한 10대 남녀 청소년 9명 중 7명도 가출한 청소년들이었다. 학교폭력에도 학교를 중퇴하고 몰려다니며 절도와 폭력을 일삼는 청소년들이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들은 철저하게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초중고교에서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은 7만4000여 명. 이 중에는 유학이나 대안학교로 간 학생들도 있어 가출 청소년이 정확히 몇 명인지도 모른다. 일단 학교를 떠나면 학교와 교육부가 더는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교육통계로 추산한 2008∼2012년 중고교 학업 중단 청소년은 19만9000여 명. 대안학교를 다니거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청소년 자립프로그램의 혜택을 보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방치돼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모든 정책은 ‘학교 안 아이들’에게만 집중돼 있다.

개성과 인성은 뒷전이고 입시에만 매달리는 교육이나 잔인한 폭력이 횡행하는 인터넷 문화도 청소년 비행에 큰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런 걸 다 바로잡기까지 기다렸다가는 백년하청이다. 당장 가능한 일부터 해야 한다.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에게 전문상담사를 연결해 직업교육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알선하는 독일 시스템을 본뜰 필요가 있다. 지난해 6월 한국도 학업중단 숙려(熟慮)제를 도입해 학교를 그만두려는 아이들을 2주 동안 상담하고 관리하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학교 밖을 떠도는 아이들을 내버려두고서는 청소년 범죄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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