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정폭력은 집안일 아니라 중대한 사회범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일 03시 00분


내년부터 가정폭력 사건을 저지른 사람이 경찰관의 현장 조사를 거부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어길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경찰은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반드시 현장에 출동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전문 상담가와 함께 가야 한다.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현행범으로 체포되며 이혼 절차를 밟을 때 피해자와 대면하는 상담이나 자녀를 만날 기회를 제한받는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가정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4대악 중 하나로 규정한 가정폭력은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기혼 남녀 26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부부간 폭력, 노인 학대, 자녀 학대 중 한 가지 이상을 경험한 비율이 2명 중 1명꼴이었다.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은 8762명으로 2011년보다 28% 늘었다. 재범률도 2008년 7.9%에서 2012년 32.2%로 4배로 증가했다.

우리 사회에는 가정폭력을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집안일 정도로 생각하는 통념이 있었다. 사법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역시 미흡했다. 가정폭력이 잦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거나, 성인이 된 뒤 범죄의 길로 빠져들 위험성이 높다. 가정폭력을 막는 게 학교폭력과 성폭력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가정폭력은 지위 학력 빈부와도 관계없다. 상습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의 심신을 갉아먹는다. 피해자의 자발적 신고와 함께 경찰의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8개 부처 합동으로 만든 이번 대책이 신속한 대응,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은 바람직하다. 예방과 치료를 위한 전문 인력의 확충과 상담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정폭력은 집안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할 사회 문제이자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
#가정폭력#사회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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