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립고, 사립고에 더 뒤지면 설 땅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2일 03시 00분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시도별, 시군구별 성적이 공개됐다. 사립고의 강세와 제주 광주 같은 특정 지역의 우세가 확인됐다.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는 고교 평준화의 틀이 유지되고 있지만 학교 형태나 지역에 따라 학업 성취도가 다르다는 엄연한 현실을 보여 준다.

사립고는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수능 전 영역에서 국공립고를 앞질렀다. 2010학년도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사립고는 5년 주기로 교사가 순환하는 공립고에 비해 장기근속 교사가 많고, 일반적으로 성적 향상과 학생 지도에 더 노력한다. 국공립고도 사립고의 강세 요인을 분석해 배워야 한다.

남녀공학의 성적이 남고나 여고보다 뒤처지는 것도 문제다. 남녀공학은 양성 평등 문화와 사회 적응력을 길러 준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교육성과가 떨어지면 남녀공학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자유분방한 분위기 때문에 우수 학생들이 진학을 꺼리는 문제를 해결해야 남녀공학의 학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읍면 지역 고교가 도시 고교와의 성적 격차를 줄여 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제주 지역 학생들의 성적이 4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제주도는 수능 1, 2등급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비평준화 지역이 남아 있긴 하지만 학교 간 성적 격차도 작았다. 제주 지역에는 서울에 비해 학원이 적다. 공교육만으로 학생들의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주민들의 교육열, 학교와 교사의 관심과 노력이 없었다면 이런 성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학교별 학력 격차가 줄어들지 않으면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고교 평준화의 취지는 퇴색한다. 창의적인 교육도 교육 서비스가 고르게 전달돼야 가능하다. 학교의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우수 학교에 인센티브를 줘 ‘상향 평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서울에서 시행하는 고교 선택제 같은 학교 선택권도 확대해야 한다. 학생의 성취는 본인의 노력에 더해 학교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의 헌신과 열정에 달려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학업 성취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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