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바마의 ‘핵 없는 세상’에서 북한의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1일 03시 00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양국 핵무기의 3분의 1을 감축하자고 제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년 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한 데 이어 러시아와 협정을 맺어 2018년까지 양국의 핵무기를 1550기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가 감축을 제안한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전력을 강화하겠다며 결이 다른 발언을 했지만 양국의 오랜 감축 역사를 고려하면 새로운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가 동의하면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를 1000기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두 나라가 핵무기를 대폭 줄이게 되면 다른 핵보유국에 감축을 촉구할 명분이 생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영국은 300기, 프랑스와 중국은 각각 25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이 추구하는 핵무기 개발을 막고 평화로운 핵사용을 위한 국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무기 감축을 핵 확산을 저지하는 동력으로도 활용하려는 것이다.

최근 국제사회가 대북(對北) 압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조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변화다. 주요 8개국(G8) 정상들은 북한에 대해 “핵 관련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포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도 북한의 기관 4곳과 개인 8명을 제재 대상에 추가할 예정이다.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는 북핵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북한과 미국의 ‘2·29합의’보다 더 강력한 의무를 북한이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른바 ‘2·29+α’안(案)이다. 그동안 3차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핵 활동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2·29합의에서 북한은 미국의 영양 지원을 대가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중단과 핵-미사일 실험 유예, 핵 사찰 복귀에 동의했다.

북한은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데 이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중국에 보내 핵문제를 논의했다. 김 부상이 “6자회담을 포함한 각종 회담에 참가해 평화적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 고집하면 고립과 제재를 피할 수 없다. 김정은이 국제 정세를 읽는 눈이 있다면 핵 포기로 가는 출구를 찾아야 한다.
#오바마#핵#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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