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층간소음 기준 강화, 그래도 해결책은 배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환경부가 공동주택의 주간(晝間) 소음 기준을 ‘5분 평균 55dB’에서 ‘1분 평균 40dB’로 바꿔 대폭 강화했다. 이전에 없던 ‘순간 최고소음’ 기준도 주간 55dB, 야간 50dB로 신설해 피해자가 문제 제기를 쉽게 하도록 했고, 내년부터는 금전 배상도 받을 수 있다.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 층간소음 기준을 강화한 것은 2002년 기준을 만든 지 11년 만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민원은 최근 5년 새 3배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말다툼 끝에 흉기로 이웃을 찌르거나 불을 지르는 끔찍한 일도 잇따르고 있다. 대도시의 공동주택 거주비율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층간소음 갈등은 방치할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된 것이다.

굳이 기준을 강화하지 않더라도 아파트를 짓는 건축업계는 이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공하고, 적절한 방음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당국의 준공검사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소득 3만∼4만 달러가 아니라 10만 달러 시대에 어울리는 집, 적어도 30년 앞을 내다보고 집을 지을 때가 됐다.

문제는 이미 지어진 아파트다. 근본 대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시공을 하듯 거실 전체에 두꺼운 조각 매트를 까는 방법이 있지만 강제하기도 어렵고 비용도 꽤 많이 든다. 지자체들이 문제 해결에 나선다 해도 피해자상담센터 등을 만들어 갈등을 완화하는 정도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주민끼리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공동체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실내화 사용, 분쟁 예방교육,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기, 주민조정위원회 구성 등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피해의 법적 구제는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

일본에서는 목조주택이 많아 방음기능이 약하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는 물론이고 옆집 윗집에서 대화하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어려서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교육하고, 서로 조심함으로써 분쟁을 예방한다.

층간소음 갈등은 도시인들의 삶이 그만큼 각박해졌음을 뜻한다. 점점 더 참을성을 잃어가는 사회, 사소한 이유로 사람을 해치는 사회의 근저에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찌든 삶, 그것을 풀어주지 못하는 답답함이 똬리를 틀고 있다. 층간소음 갈등은 한국인들의 여유와 깊이, 관용을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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