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북자 강제북송, 대사관과 외교부만의 잘못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5일 03시 00분


탈북 청소년들의 북송을 막지 못해 비난을 받고 있는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에는 이건태 대사를 포함해 5명의 외교관이 근무하고 있다. 이 대사는 2010년 1월 부임해 3년 임기를 넘겼다. 대사 밑에 개발 원조와 자원 업무를 담당하는 정무참사관이 있고, 총무와 영사 업무를 맡은 3등서기관(7급)이 있다. 탈북자를 담당하는 1등서기관(4급)은 문화와 홍보 업무를 겸한다.

주라오스 대사관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처럼 외교관들에게 힘든 근무처는 아니다. 선진국에서 일했던 외교관들이 순환 근무를 할 때 비교적 선호하는 곳이다. 외교관들이 좋은 근무처와 나쁜 근무처를 구분할 때 사용하는 ‘온탕’과 ‘냉탕’ 가운데 ‘냉탕’에 가깝지만 분쟁 지역이나 아프리카보다는 나은 곳에 속했다. 하지만 중국을 거쳐 이곳으로 탈북자들이 밀려오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라오스를 거쳐 한국에 온 북한 주민은 수백 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라오스 대사관에서 탈북자를 담당하는 우리 외교관은 1명에서 더 늘어나지 않고 있다. 통일부 직원은 1명도 없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차적으로는 현지 공관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대사관에 인원과 지원은 부족한데 일이 몰리게 되면 실수도 발생할 수 있다. ‘폭탄 돌리기’ 게임을 하다가 걸린 사람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 라오스가 중요하다면 대사관에 근무하는 인원과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 주어야 한다. 외교관 인력만으로는 힘들다면 소명의식과 전문성이 있는 민간 전문가들에게 탈북자 관리직을 개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외교부와 국회는 라오스 사건을 면밀히 검토해서 현지 공관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비단 라오스뿐만이 아니다. 중국 러시아 몽골 미얀마 베트남 등 탈북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모든 통로의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사건이 일어나면 그때만 요란할 뿐 나중에 같은 잘못이 반복되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라오스에서 탈북자가 불법 입국자로 적발되면 300달러(약 33만 원)의 몸값을 내야 한다. 30여만 원이 없어 다시 북송된 사례도 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한국은 그 돈을 대신 내주지 못하고 다시 북한에 보낸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해 적절한 지원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탈북자를 보호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만들어 주고 그래도 잘못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탈북자#강제북송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