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비리의 종합판 CJ그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일 03시 00분


CJ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차명계좌가 개설된 은행과 증권사들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검찰은 CJ의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했다. 외국계 은행과 증권사들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을 하고 있다. CJ는 우리은행에 수백 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들이 CJ의 차명계좌를 방치했거나 은밀히 도와줬다면 범죄 행위를 방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은행은 고객의 계좌가 실명인지, 수상한 거래는 없는지 살펴서 수시로 금융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명의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도명(盜名) 계좌를 만들어줬다면 금융실명거래법 위반이다.

금융실명거래법은 위반해도 형사 처벌이 없고, 과태료 500만 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불법 탈법에 악용되는 차명계좌를 아예 금지하고 법 위반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공적자금이 들어간 우리은행은 경영 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처럼 조작해 전 직원이 715억 원의 성과급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도덕적 해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외국계 은행 및 증권회사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CJ가 외국계 펀드로 위장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 조작을 했느냐 여부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상 한국인인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외국인 투자자의 동향에 민감한 우리 주식시장의 특성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는 이른바 ‘작전’을 벌인다. CJ 이재현 회장이 2007년 그룹 지주회사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서 외국 계좌를 이용해 불법을 저질렀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CJ 비자금 사건은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 해도 온갖 기업 비리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수천억 원대의 비자금과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 해외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자사주 매매, 고가의 미술품과 악기를 이용한 탈세, 자녀에 대한 편법 증여 의혹도 거론된다. 5년 전 경찰과 검찰, 국세청이 이 사건을 중간에 덮은 이유도 이번에 밝혀야 한다.
#CJ그룹#비자금#차명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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