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모린 다우드]CIA의 앵그리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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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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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린 다우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최근 미국의 군 사령관과 백악관 관리들은 비행(飛行) 살인로봇인 드론에 관한 윤리적 법적 기준 수립을 두고 우물쭈물하고 있다.

미국민은 대부분 드론 활용에 찬성하지만 이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나 무고한 사람의 희생을 고려치 않음으로써 자신들의 민주적 영혼이 고갈되고 있다는 데도 동의한다. 특히 미 정계의 랜드 폴 상원의원(공화)은 오바마 행정부의 드론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미국의 군부와 행정부도 깨달아가고 있다.

수많은 전쟁비용을 삼키고도 끝나지 않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무기의 개념은 ‘직접 사람이 전쟁터에 가지 않으면서도 적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변화됐다. 말 잘하고 영리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신처럼 영리한 드론에 매료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존 스튜어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드론 활용을 위한 법적 토대를 세우는 것”이라며 드론에 심취했음을 시인했다.

국제관계 전문기자로 유명한 뉴욕타임스(NYT)의 마크 마제티 씨는 새로운 저서 ‘무력의 방법’에서 드론이 활개치는 최근 전쟁터를 ‘제대로 된 절차 없이 진행되는 외과수술’에 비유했다. 그는 드론이 그려진 티셔츠를 기념품으로 판매할 정도로 드론에 열광하는 미국중앙정보국(CIA)이 “드론 공격으로 인해 오히려 테러리스트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기본적인 질문 자체를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정보기관 MI6의 수장인 리처드 디어러브 경이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한 지 몇 주 뒤 랭글리(CIA 본부)에서 위성으로 드론의 첫 공격 장면을 본 일화를 소개했다. 디어러브 경은 드론의 공격 장면을 생중계로 바라보며 드론이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면서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과 강경파 관료들은 CIA가 사담 후세인과 알카에다가 서로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겨 국방부 내에 그들만의 CIA를 만들었다. 군대가 정보기관이 된 셈이다. 반면 CIA는 랭글리에 자신들의 국방부를 만들어 광대한 예산의 드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번엔 정보기관이 군대가 된 것. 마제티는 “9·11테러 이후 CIA국장은 회의적이고 근시안을 지닌 부하들과 함께 전쟁을 수행하는 군대의 비밀부대 지휘자로 변모했다”고 밝혔다.

리언 패네타는 CIA를 더 군사조직에 가깝게 만든 뒤 국방장관이 됐다. 실제로 전직 군인이었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가 CIA 수장이 됐을 때 그는 드론 프로그램을 적극 옹호했고 드론의 대수를 늘리기도 했다. CIA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드론 작전 기지를 두고 있다. 미 국방부와 CIA는 예멘에서 동시에 드론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마제티 기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이래 CIA의 영향력은 점차 커져 국방부를 능가할 정도로 군사조직화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IA도 늘어난 힘 때문에 위기를 겪을 것이다. 마제티 기자는 아랍의 봄으로 세력을 넓힌 CIA가 역설적으로 현재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CIA를 이끌 새로운 세대가 지루하고 따분한 정보수집 업무보다 최전선에서 드론을 이용해 전투를 수행하는 군의 역할에 더 큰 재미를 붙였기 때문이다.

비밀 공작원으로 활동했던 로스 뉴랜드 씨는 “CIA는 오래전에 드론을 포기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드론은 파키스탄 같은 곳에서 CIA를 악의 대명사로 만들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드론은 파키스탄 내 테러범을 사살하려다 적잖은 민간인 피해를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두지휘한 현 CIA 국장인 존 브레넌조차 CIA가 원래 수행했던 정보 수집 임무로 회귀할 것을 넌지시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린 다우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드론#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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