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달청 전자입찰 조작, 경북도에만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6일 03시 00분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가 해킹되어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공사의 낙찰 가격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5명으로 이뤄진 해커들은 낙찰 하한가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건설업자의 PC에 심었다. 해커와 브로커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0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경북도가 발주한 291억 원 상당의 관급공사 31건을 20개 건설회사가 불법으로 낙찰받도록 했다. 이들은 경쟁 회사의 입찰 정보를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훤히 들여다보고 하한가와 불과 1000원 차이로 낙찰받기도 했다.

정부는 공무원을 상대로 한 건설업자들의 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입찰 참여 업자들 사이의 담합을 막기 위해 2002년 전자입찰 시스템을 도입했다. 당시 기획예산처는 “조달청 비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전자입찰 시스템을 도입한 지 불과 5년 만에 업자들이 해킹으로 낙찰 가격을 조작하는 일이 벌어졌다. 나랏돈을 빼먹은 도둑이고 선량한 업자들에게 피해를 준 범죄다.

조달청은 국가가 시행하는 관급공사를 입찰에 부쳐 낙찰사업자를 선정한다.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업자들의 로비가 워낙 심하다 보니 조달청은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됐다. 조달청 공무원들이 비리에 연루돼 자리를 떠나는 경우가 빈발했다. 입찰을 둘러싸고 큰돈과 이권이 오가는 상황에서 조달청이 전자입찰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해킹이 시도될 가능성은 처음부터 존재했다. 조달청 전산망이 해커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는데도 정부가 6년 동안이나 이를 까맣게 몰랐다니 믿기 어렵다.

전자입찰 시스템의 해킹 범죄에는 관련 공무원들이 협조했을 공산이 크다. 검찰은 뒤를 봐준 공무원을 찾아내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 이번 해킹 범죄는 경북도에서 발생했지만 다른 지자체나 정부기관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민간의 해킹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 반면 정부 대응은 너무 허술했다. 정부는 이번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해킹#조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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