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홍광표]세계에 알려야 할 ‘한국 정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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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표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홍광표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한류 바람이 거세다. 특히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인으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는데, 이것 하나로도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한류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정부는 국가적으로 알릴 브랜드 가치가 있는 ‘우리 것’으로 ‘한국 정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국 정원이 과연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잘 알려져 있을까. 일본 정원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정원은 채 알려지지도 않은 상태다. 현재 외국에 조성된 한국 정원은 10여 곳으로 일본에 4곳, 중국에 2곳, 중동과 아프리카에 2곳, 유럽에 4곳 정도 있다. 일본 정원이 미국에만 200여 곳이나 만들어진 것과 비교하면 정말 미약하기 짝이 없다. 또 현재 외국에 조성된 한국 정원들이 한국성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국 정원의 특성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구성 요소, 사용 재료, 적용 공법을 제대로 선택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몇 년 전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된 ‘미국에 한국 정원을 만들었다’는 기사는 미국 땅에 변변한 한국 정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자긍심을 주었다. 그러나 실제로 가 본 사람들은 고작 꼬챙이 같은 제주도산 왕벚나무 한 그루와 돌하르방 2쌍, 정낭(제주도 민가의 대문)을 보면서 이만저만 실망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에 한국 정원을 만들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5년에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로스앤젤레스수목원에 5.5에이커(약 0.02km²)의 터를 확보하고 기본계획도 세웠으나 아직까지 변죽만 울릴 뿐 제대로 된 한국 정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로스앤젤레스의 한국전통문화재단이 모금을 하는 등 정원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 정원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환경적 조건과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일구어낸 하나의 상징적 아이콘이다. 신라시대의 안압지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창덕궁 후원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원은 다른 나라의 정원과는 판이한 경관을 지니고 있다. 궁궐 정원은 못, 정자, 화계, 석물 등을 통해 최고의 장식성을 표현하였으며 선비들이 조성한 별서(別墅) 정원은 최소한의 인공만을 도입하여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연출하였고, 민가 정원은 마당을 비우고 후원에 집중하여 소박하고 담백한 분위기를 만들어냄으로써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창조했다. 특히 중국, 일본에서는 드문 ‘후원’은 우리의 독특한 특징이다. 후원은 입지도 비탈진 산자락을 이용하여 주위의 낮은 구릉지나 계류, 뒷산에 의해 자연스럽게 영역이 설정되고 정자와 연못, 샘 등과 적절히 배치돼 풍류 공간을 조성한다. 이러한 정체성과 특징이 외국의 한국 정원에 제대로 표현될 때 그 정원은 비로소 한국성을 담은 작품이 될 것이다.

우리 교민들이 살고 있는 여러 나라에 한국 정원을 만드는 것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적 정서가 일본, 중국 등과 어떻게 다른지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일이다. 또 이를 통해 5000년 우리 역사의 조용한 힘을 보여줄 수도 있다. 먼 이국땅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2세, 3세들에게도 뿌리를 알게 해주는 일이 될 것이다.

홍광표 한국전통조경학회 회장 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한류#한국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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