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차지완]임성묵 순경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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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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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지완 사회부 차장
차지완 사회부 차장
서울 용산경찰서 이태원지구대 소속인 임성묵 순경(30)은 2010년 순경 공채에 합격했다. 당시 공채 경쟁률은 33.8 대 1. 합격자 대부분은 4년제 대졸자다. 어려운 ‘경찰 고시’를 통과해서인지 요즘 순경은 예전과 달리 경찰직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 임 순경이 일을 크게 저질렀다. 3일 새벽 이태원에서 도주하는 미군 차량을 쫓아가 실탄 3발을 쐈다. 임 순경을 태우고 추격전을 벌였던 택시 기사는 “총 쏜 것을 걱정했다”고 전했다. 경찰병원에 입원한 임 순경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뭘 두려워하느냐고. “초짜 순경이 조직에 폐를 끼친 것 같아 한 말이지, 총 쏜 것 자체를 걱정하지는 않아요.”

이 사건 이후 임 순경은 ‘경찰의 체면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한미군 사건 앞에만 서면 무기력해지는 경찰의 이미지를 바꿨다는 평가도 나온다.

똑같은 상황에서 간부라면 어떻게 했을까. 간부후보생 출신 A는 “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고시특채로 들어온 B나 경찰대 출신 C도 “망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행 현장에서 정당하게 총을 쏘고도 ‘과잉 대응’이라고 욕먹는 사례를 몇 번 지켜보면 소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승진에 불이익이 될 일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순경 출신은 전체 경찰 10만2386명 가운데 95%를 차지한다. 나머지 5%가 경찰대 간부후보 고시특채 등 3대 경로로 들어와 고위직을 장악한다. 경찰청은 권력의 주류인 5%의 인력구조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3대 경로 출신자를 줄이고 로스쿨 출신을 늘리는 게 핵심이다. 고위직 일부를 순경 출신에게 할당하는 쿼터제도 검토되고 있다. 이 방안이 실현돼도 순경 출신이 고위직으로 올라가기란 무척 힘들 것이다. 고위직을 독점한 이들이 순경 출신에게 쿼터를 대폭 늘려줄 이유가 없다.

경찰 업무의 특성상 계급과 서열은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순경과 간부를 따로 뽑는 투 트랙(Two Track) 채용 방식이 낳은 부작용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순경 출신에게 드리워진 유리천장은 사기 저하의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능력 위주의 과감한 발탁인사를 하는 요즘 추세에 비춰 볼 때 경직적이다 못해 촌스럽기까지 하다.

순경 출신들이 유리천장을 뚫기 위한 몸부림은 눈물겹다. 고된 현장근무를 마치고 고시원에 가서 승진시험을 준비하는 순경이 많아진 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학력 측면에서 간부에게 꿀릴 것 없다는 자신감도 이들을 고시원으로 이끈다.

수험서와 씨름하는 경찰이 늘수록 민생현장이 불안해진다. 경찰 스스로 심각하게 걱정하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경찰 수뇌부는 5%를 어떻게 배분할지에 골몰한다. 95%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보이질 않는다. 이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면 임성묵 같은 유능한 순경 출신들의 고시원 행렬을 막을 수 없다. 국민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경찰은 주로 순경 출신이다. 미래를 불안해하는 경찰을 국민은 어떻게 믿겠는가.

차지완 사회부 차장 cha@donga.com
#임성묵 순경#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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