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퓰리즘의 지속 불가능성 알리고 떠난 차베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역사에 새 장이 시작된다. 미국은 여전히 민주주의 원리, 법치, 인권 존중을 촉진하는 정책에 헌신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베네수엘라의 맹방(盟邦) 쿠바가 3일 동안 애도 기간을 선포한 것은 고인에 대한 세계의 엇갈린 시각을 드러낸다.

1998년 대통령에 당선된 차베스는 빈곤층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4선에 성공한 사실상의 ‘종신 대통령’이었다.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하고, 반미(反美) 반시장적 경제정책을 편 그는 해외에 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식료품 제공 등 포퓰리즘 정책을 이어갔다. 그 결과 집권 2년 만에 베네수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50년대 수준으로 후퇴했다.

반면에 빈곤율은 1999년 49%에서 2011년 남미 평균치인 32%까지 낮아졌으나 좋은 성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차베스 집권 14년 동안 세계 유가가 10배 이상 폭등한 것을 감안하면 국민경제가 더 나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은 지난 14년 동안 해마다 평균 23%씩 치솟았다. 자본과 투자 이탈, 가격 통제의 탓이 컸다. 자고나면 물가가 뛰는 데다 생활필수품도 부족해 그의 지지세력인 빈곤층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부패와 범죄율은 하늘을 찌른다.

차베스가 남긴 더 큰 상처는 내부의 분열과 증오다. ‘21세기 사회주의’와 ‘참여 민주주의’를 주장한 그는 ‘약탈적 과두집단’ ‘흥청대는 기름 부자’ 같은 자극적 수사(修辭)로 주류 세력을 공격하는 방법으로 서민과 지지층의 표를 얻어냈다. 그럼에도 국내 일부 세력은 차베스를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전범(典範)인 것처럼 치켜세우고 있다. 2006년 2월 KBS는 ‘일요스페셜-신자유주의를 넘어서, 차베스의 도전’ 다큐멘터리를 통해 차베스 좌파정권을 선진국에 대항하는 긍정적 이미지로 묘사했다.

차베스와 비슷한 시기에 집권했던 브라질의 노조위원장 출신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는 친(親)시장 경제와 서민에 집중한 복지정책을 통해 집권 8년간 나라를 세계 8대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민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평등과 분배에 급급한 포퓰리즘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알려준 것이 차베스의 업적이라면 업적이다.
#베네수엘라#차베스#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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