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 장관 기준은 탕평 아니라 능력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5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부총리 등 경제부처 장관 인선 발표를 앞두고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 장관에 서울과 영남지역 출신 관료를 많이 쓰다 보니 경제부처 장관들은 지역과 성별, 세대를 감안해 탕평인사를 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직도 지역감정이 첨예한 현실에서 출신 지역으로 균형을 맞추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경기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해외 경제 환경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제부처 장관 인선에 지역 안배를 첫 번째 인사원칙으로 삼아선 곤란하다. 경제부처는 특히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중용(重用)해야 한다.

특히 박근혜 차기 정부에서 부활하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부처를 강력하게 이끌 수 있는 리더십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 자리만 부총리이지 그릇은 다른 부처 장관과 동급이어선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경제부처의 한 차관급 인사는 “경제부총리는 관료사회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실력과 경륜을 갖춘 인물을 발탁해야 부처 간 이해 조정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고 공무원 사회에서도 영(令)이 설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 자리에 선거를 도운 인물을 보은(報恩)인사 차원에서 임명해선 안 된다.

경제부처 장관들을 제대로 찾기 위해선 인재 풀을 넓히고 과거 정부에서 일한 인물이라도 능력을 기준으로 두루 찾아봐야 할 것이다. 실력은 있지만 지역차별을 받았거나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아 옷을 벗은 인물 중에서도 발탁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애국심과 공복(公僕)정신, 전문성이지 이념이나 지역은 아닐 것이다. 박 당선인의 철학을 정책으로 구현할 수 있는 리더십과 소통능력이 중요하다. 경제부처 장관들은 경제민주화의 첨병 역할을 할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위원회와도 보조를 잘 맞출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박 당선인의 선거 공약인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극단적인 정책을 펼 인물을 기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재벌을 개혁과 비(非)개혁적 성향으로 나눠 손보겠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인물을 중용하면 경제에 찬물만 끼얹기 쉽다.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 재벌개혁을 하겠다고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에 발탁한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가 3개월 만에 경제수석에서 하차한 데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경제는 부총리나 장관이 보내는 신호에 아주 민감하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선 경제부처를 대상으로 인사 실험을 할 여유가 없다. 박 당선인은 탕평인사에 얽매이지 말고 실력 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탕평보다 중요한 게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경제 장관#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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