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醫協 ‘리베이트 거부’ 자정선언, 실천을 주목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6일 03시 00분


최근 45억 원대의 의약품 리베이트가 드러나 의사 수백 명이 무더기로 조사를 받게 되자 의료계가 ‘리베이트 근절’을 선언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醫協)와 대한의학회는 그제 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의사 개인이 직간접적인 금품이나 향응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전에도 의료계의 자정선언이 몇 차례 있었지만 대규모 리베이트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2011년 12월 7개 의약단체와 6개 공급자단체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자정집회를 열었을 때 의협은 “개업의가 리베이트를 받았다면 그것은 시장경제의 한 형태”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며 불참했다. 의협이 이번 자정선언에 참여한 것은 그때보다는 진전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가 리베이트 근절을 선언하는 자리에서조차 자기반성보다는 정부와 제약업계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들리니 진심으로 자정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두 단체는 리베이트가 만연한 배경으로 정부의 잘못된 약값 정책, 국내 제약사의 복제약(카피약) 중심 영업 관행, 낮은 의료수가를 지목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리베이트 관행은 의사들의 마비된 윤리의식을 보여준다. 의협의 주장은 “나는 도둑질하기 싫은데 친구가 부추겨서 도둑질했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환자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떠넘기고 건강보험 재정을 좀먹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지출 가운데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인 17.5%보다 훨씬 높다. 관련 업계는 약값이 비싸고 우리 국민이 약을 남용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 약값이 비싼 데는 리베이트 요인도 무시하기 어렵다.

리베이트 관행이 사라지지 않자 정부는 금품을 제공한 사람과 의사를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를 도입한 데 이어 리베이트가 적발될 경우 약품 가격을 20% 깎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리베이트 수수가 더욱 지능화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자정선언의 계기가 된 CJ제일제당과 의사들 간 리베이트 수수 사건은 CJ 측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법인카드를 제공한 뒤 의사들이 백화점에서 사용하면서 포인트를 적립하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

리베이트 문제는 의사들이 의약품 처방권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어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의사들의 윤리의식이 먼저 확립되는 것이 관건이다. 의사들의 자정선언이 실천으로 이어질지 국민은 냉정하게 지켜볼 것이다.
#의협#리베이트#자정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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