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2, 제3의 택시법’ 나올까 걱정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9일 03시 00분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일명 택시법)이 통과될 경우 파업하겠다던 버스업계가 파업 방침을 철회하자 여야가 택시법을 연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법이 개정되면 택시는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지위를 부여받아 정부와 지자체의 대중교통지원 혜택을 받게 된다. 택시에 대해 유가보조금 지원, 부가세 취득세 감면, 통행료 인하 및 소득공제, 차고지 및 차량시설 지원, 영업손실 보전 등으로 1조3000억∼1조90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버스업계를 달래기 위해서도 2800억 원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만든 주범은 이해(利害)관계가 첨예한 사안에 정략적으로 접근한 정치권이다. 여야 모두 대선을 앞두고 표에 눈이 멀어 충분한 공론화 절차 없이 한쪽 처지만 대변하는 법안을 덜렁 추진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물러서자니 잔뜩 기대에 부푼 택시업계의 반발을 피할 수 없게 돼버렸다.

현행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중교통이란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해야 한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해주는 나라는 세상에 없다. 택시와 무관한 대중교통법에 택시를 끼워 넣으려다 버스업계의 반발과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이다.

경영난과 열악한 근무환경 등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택시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낮은 수익성으로 고전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마다 아침이면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무작정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택시를 대중교통에 편입시키는 방식은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키며 부작용만 낳는다. 업계 스스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면서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 당장의 책임을 모면하려고 택시업계의 고질(痼疾)과 국민 부담을 동시에 키우는 선택을 해선 안 된다.

총선과 대선을 통해 증폭된 한국 정치의 포퓰리즘 성향으로 보아 앞으로 ‘제2, 제3의 택시법’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선거를 앞두고 불쑥 내놓은 공약이나 법안이 두고두고 정책 왜곡을 낳고 세금을 축내는 일이 또 생길까 두렵다. 이런 일의 반복을 막기 위해 법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6명의 이름을 여기에 기록한다. 노웅래 박기춘 이명수 이병석 주승용(국토해양위원장) 최봉홍 의원의 이름을 국민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택시#대중교통#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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