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소기업 살리기도 시장원리에 맞아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8일 03시 00분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엘리베이터 감속기 제조업체 해성산전은 올해 영업이익의 세 배가 넘는 100억 원을 전북 군산의 새 공장 건설에 투자했다. 경기 침체로 대기업마저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데도 과감하게 역(逆)발상 투자에 나선 것이다. 유럽 일본에서 100% 수입하던 풍력발전기용 감속기의 성능을 개선한 독자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공고를 졸업한 후 38년간 감속기에 매달린 이현국 대표는 “혁신적 기술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도 물건을 팔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고 본보 인터뷰에서 밝혔다.

저(低)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해성산전처럼 기술과 창의, 끈기로 무장한 작고 강한 ‘강소(强小)기업’이 훨씬 더 많아야 한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현실에서 대기업 몇 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는 불안하다.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중소·중견기업 층이 경제의 뿌리와 허리를 두껍게 받치고 수출과 성장을 주도하는 대기업과 함께 시장을 개척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첫 정책 행보로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차례로 방문했다. 대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을 먼저 방문한 5년 전 이명박 대통령과는 달리 중기중앙회를 먼저 방문함으로써 정책의 무게중심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과거 정부도 취임 초 중소기업 육성을 외쳤지만 대기업 중심의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다. 중소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시장 친화적’인 중소기업 대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중소기업의 상생(相生)발전을 밀고나가더라도 시장원리에 맞아야 한다. 대기업의 경제력 남용과 불공정 행위를 막아 중소기업 성장 여건을 만들어야 하지만 반(反)대기업 정서에 편승한 발목잡기 식이어서는 안 된다. 거꾸로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정부의 보호막에 안주하거나 정책 자금을 더 받기 위해 스스로 성장판을 닫는 ‘캥거루 중소기업’은 지원에서 배제해야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대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때라야 진정한 상생이 가능할 것이다.
#중소기업#시장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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