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학도]‘투명 망토’가 현실화되는 날

  • Array
  • 입력 2012년 12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김학도 지식경제부 신산업정책관
김학도 지식경제부 신산업정책관
우리는 가끔 미래의 생활 모습을 영화 속 세계를 통해 상상해 본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주인공 해리 포터가 아버지의 유품인 투명망토를 걸치자, 얼굴만 빼고 몸 전체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영화 ‘마이크로 결사대’에서는 나노로봇이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암 같은 난치병을 치료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모든 게 미래 과학에서는 가능한 일이 될까? 답은 “그렇다”이다. 나노기술을 이용하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영화 속 장면처럼 그대로 실현될 수 있다.

나노기술은 머리카락 한 올 굵기의 10만분의 1 크기인 원자 및 분자의 세계를 다룬다. 물질이 나노 크기로 작아지면 전혀 다른 특성이 나타나는데 이를 활용해 나노 크기의 물질을 합성하면 기존 제품의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거나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연필의 구성 성분인 흑연을 나노 단위로 나눈 다음 재구성하면, 그래핀을 만들 수 있다. 이 소재는 전자 이동 속도가 실리콘보다 10배 빠르고 신축성도 뛰어나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는 휴대전화, 태블릿PC 등의 소재가 된다. 앞으로 상용화가 되면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노융합기술은 이렇듯 매우 작은 크기의 세계를 다루므로, 원자와 분자의 세계를 보고 제어할 수 있는 장비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나노기술은 195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먼에 의해 가능성이 제기되었지만 본격적으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1981년 스위스 IBM 연구소가 원자와 원자의 결합 상태를 볼 수 있는 현미경을 개발한 덕분이었다.

이후, 나노물질을 대량으로 제조할 수 있는 장비가 개발되면서 나노융합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반도체산업을 통해서도 나노장비 개발의 필요성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메모리 분야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렇지만 반도체를 만들어 내는 장비의 79.4%는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나노융합산업에서도 나노장비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없다면 속은 비고 겉만 번드르르한 외화내빈에 그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첨단 나노장비의 개발은 기술혁신과 나노융합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공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2004년부터 첨단 나노장비를 연구개발하는 것에서부터 판로 개척 및 활용까지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나노 크기를 볼 수 있는 고해상도의 현미경과 나노 구조를 가공하는 장비의 장점을 접목시킨 나노복합장비와, 원자를 3차원(3D) 입체영상으로 볼 수 있는 현미경이 개발되었다. 3D 현미경의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산업용 원자현미경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나노장비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어 신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판로 차원에서는 대구, 광주 등 6개 지역에 구축된 나노기술집적센터를 통해 개발된 나노장비의 구매와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또 나노장비 활용에는 전문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해부터 특성화고 학생과 나노 분야 중소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나노장비교육을 실시하여 2014년까지 2500여 명의 현장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마침 4일부터 나노융합주간 행사가 열린다. 나노 인프라 기관 및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참석하여 나노장비 개발 및 활용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활발한 토론을 통해 나노융합산업의 주춧돌이 되는 나노장비 발전 전략이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에 발맞추어 정부도 국가 차원의 나노장비 개발 및 실용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고 시행해 나갈 것이다.

김학도 지식경제부 신산업정책관
#투명 망토#나노기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