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스톱 서비스로 공장 95개 유치한 전북 완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8일 03시 00분


전북 완주군청의 전영선 계장(투자지원 담당)은 일주일에 이틀은 사무실, 사흘은 외부에서 업무를 본다. 전 씨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투자 의향을 갖고 있는 기업을 찾아내면 임정엽 완주군수 등 군청 간부들이 유치에 총력전을 편다. 기업이 최종적으로 투자를 결정하면 담당 공무원은 건축 환경 등 군청 내 인허가 부서를 뛰어다니며 인허가가 빨리 나오도록 재촉한다. 통상 1주일이 걸리는 인허가가 사흘 만에 끝난다. 완주군은 지식경제부가 최근 4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자체의 투자유치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완주군은 최근 3년간 신설 또는 증설하는 공장 95개를 유치했다. 기존 2곳의 산업단지는 빈자리가 없어 완주 테크노밸리를 새로 조성 중이다. 인구 8만5000명의 완주군은 1935년 전주시에서 분리돼 독립적인 행정구역이 됐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투자가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주시의 3배에 이른다. 5000억 원이 넘는 예산은 전국 군 단위 지자체 가운데 세 번째로 많다. 최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가 실시한 지역경쟁력지수(RCI) 평가에서 군 단위 지자체 가운데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역량 7위, 지역경제력 9위, 주민활력 8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완주군 사례는 기업을 유치하고 육성하는 지자체의 노력이 지역경제를 몰라보게 바꿔놓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완주군은 연구개발(R&D) 인프라와 인재 육성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원은 토지 무상제공 등 약 200억 원을 지원해 유치했다. 농촌에 기업가정신을 이식시키는 일에도 열심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완주군의 유통직매장과 마을기업을 배우기 위해 방문한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예산을 따내 도로 다리 건설과 같은 선심성 사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것으로는 지역 간 격차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기업을 유치하고 연구개발과 인재에 투자하는 지자체가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다. 학계는 일자리 측면에서 급속한 증가 실적을 보인 지역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공통적으로 ‘고(高)성장 중소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눈에 잘 보이는 성과를 위해 몇 안 되는 대기업 유치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일자리 성장성이 뛰어난 풀뿌리 중소기업부터 키워야 한다. 지역의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한국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원스톱 서비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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